북이사거리장 상설점포가 뜬다! 3탄
북이사거리장 상설점포가 뜬다! 3탄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8.02.05 13:28
  • 호수 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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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만 알고 싶은 맛 ‘한가족’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마무리하고도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아 논란과 우려를 낳았던 북이사거리장이 9곳의 상설점포가 입주를 완료하며 ‘맛&가성비 갑’, ‘대박 퀄리티’ 등 좋은 반응과 함께 주민들과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직접 맛본 소감, 주인장들의 소신과 세상사는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할 계획이며, 여전히 기존 시장 상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상설점포의 호황이 시장 활성화로 이어져 장날마다 손님들로 북적이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건장한 남성들이 땀 뻘뻘 흘리며 너나 할 것 없이 오리탕 한 그릇을 뚝딱 비우는 모습을 보고 그중 한 손님에게 물었다.

“맛이 어떠세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맛이요”

살짝 놀라고 있는데 이어지는 대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만 알고 싶어서요. 그날그날 판매할 오리탕 양이 정해져 있을 것 아녜요. 그만큼 맛있어요. 짜지 않고 맛이 순한데도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신기해요. 술 마신 다음날 해장하기에도 좋아 자주 먹는데, 고기 식감도 적당하고 국물이 진하면서도 개운해서 누구와 같이 와서 먹어도 부담이 없어요. 다른 식당은 한꺼번에 주고 알아서 떠먹으라고 하는데 이 집은 각자 뚝배기에 담아 주니까 먹기도 편합니다”라고, 맛 칼럼리스트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자세하고 맛깔 나는 품평을 해 준다.

가끔 시간이 날 때 남편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음식 만들고 서빙하고 치우는 대부분의 일을 혼자 해내는 ‘한가족’ 대표 김진옥(47)씨.

오리탕 전문 ㅇㅇ회관을 2년 반 운영한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지인의 부탁을 받고 제법 규모 있는 식당을 관리했던 것도 자양분이 됐다.

김 대표는 “북이사거리장 활성화를 위해 상설식당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니 내가 잘 할 수 있는 몇 가지 메뉴로 장사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가게세가 싼 덕분에 싱싱하고 맛있는 식재료 구입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9시면 가게에 나와 당일 판매할 오리탕을 끓이고, 반찬을 준비한다.

배추김치, 무김치, 파김치 등 기본 김치 3가지에 나물 2~3가지 등 집밥같은 정갈하고 입맛 돋우는 반찬들이다.

정성들여 준비하지만 어차피 드시라고 내놓은 반찬들이니 설령 남더라도 ‘손님이 모두 드신 셈 치고’ 절대 재사용하지 않는다.

추어탕은 일주일에 2~3번 끓이는데, 예전 식당 운영할 때 연을 맺은 고창 거래처에서 싱싱한 미꾸라지를 직접 가져와 된장 풀어 삶고 으깨고 뼈째 갈아 체에 거르는 수고를 거치면 남녀노소 먹기 편한 부드러운 추어탕이 완성된다.

김장 끝날 무렵 직접 말린 시래기도 추어탕의 맛과 향을 돋우는 일등공신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추어탕 본연의 맛과 영양을 듬뿍 담고 있는 탓에 부모님께 가져다드리거나 병문안 가는 손님들이 싸가는 경우도 많다.

생강, 마늘, 고춧가루 같은 양념도 모두 국내산만 쓴다.

점심때는 오리탕, 추어탕 등을 찾는 손님이 많고, 저녁에는 오리 한 마리를 남김없이 요리하는 오리주물럭, 오리로스, 오리 훈제 등이 인기다.

특제 양념이 매력적인 매콤한 미니족발도 손님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고, 여름 별미 물냉면, 비빔냉면도 작년 여름 큰 사랑을 받았다.

김 대표는 “메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가게를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음식을 내놔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작년 6월에 문을 열 때 초심 그대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변함없는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며 “바쁘게 열심히 살아왔고, 얼마 전 큰딸을 시집보내며 ‘착하게 잘 커준 아이들이 고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직장 다닐 때 아이들 챙겨주시고, 빨래도 걷어주시고, 며느리가 해주는 건 뭐든지 맛있게 드시는 시아버님과 바쁜 시간에 본인 식사도 미루고 불쑥 찾아와 가게 일을 도와주는 남편이 든든한 힘이다.

김 대표는 북이사거리장의 ‘불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전통시장에는 보따리장사 하시는 할머니들이 많아야 한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예전에는 5일장이라 해도 상설로 문 여는 상인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장날에도 시장이 북적이는 것을 보기 힘들다”며 “시설이 아무리 현대화 되어도 마트나 백화점을 따라갈 수는 없고, 군에서 한 분당 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장흥군의 할머니장터처럼 차라리 전통시장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또 “어디나 그렇겠지만 전통시장 상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상인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활성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믿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한결같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0대의 열정과 밝은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한가족’ 대표 김진옥 씨의 손맛에 반한 사람들은 벌써 김 대표와 ‘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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