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사거리장 상설점포가 뜬다! 2탄
북이사거리장 상설점포가 뜬다! 2탄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8.01.29 14:41
  • 호수 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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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넘치는 동네 사랑방 ‘카페, 그리다’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마무리하고도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아 논란과 우려를 낳았던 북이사거리장이 9곳의 상설점포가 입주를 완료하며 ‘맛&가성비 갑’, ‘대박 퀄리티’ 등 좋은 반응과 함께 주민들과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직접 맛본 소감, 주인장들의 소신과 세상사는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할 계획이며, 여전히 기존 시장 상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상설점포의 호황이 시장 활성화로 이어져 장날마다 손님들로 북적이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카페, 그리다’ 앞에 섰다.

‘그리다’라는 말은 여러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어떤 모양을 연필이나 붓 따위로 나타내다’, 또 다른 의미는 ‘과거나 미래의 일, 그 모습 따위를 상상하거나 회상하다’이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굴리듯 발음되는 카페 이름이 참 쉽고도 세련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에 들어섰는데, 상호만큼이나 멋스런 주인장이 반겨준다. ‘카페, 그리다’ 대표 정순옥 씨.

백양사휴게소 관리팀장으로 일할 때 휴게소에 입점해 있던 모 브랜드 커피 매니저로부터 ‘커피’를 배웠다. 올해로 커피인생 14년차.

59년생인 그녀가 작년 9월 카페 문을 열었으니,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정 대표는 “정신없이 바쁘게 일만 하고 살다 퇴직하고 나서 1년을 쉬면서, 편하고 좋다는 생각보다 다시 한 번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 남편과 아이들의 반대에도 일단 시작을 했다”고 털어놨다.

“아들 하나 딸 하나인데 시집, 장가 다 가서 이제 2월이면 손주가 2명이 된다”며 “아이들도 더 이상 내 손길이 필요하지 않고 남편도 자기 할 일 잘 하고 지내니 나도 건강할 때 내 가게를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새롭거나 익숙하거나, 손님 만나는 것이 제일 즐겁다는 정 대표의 이야기를 증명하듯 이야기를 나누는 2~3시간 동안 그녀의 지인들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차를 마시러 오거나 ‘얼굴 한 번 보러 왔다‘고 들르기도 했다. 일명 ’동네 사랑방‘.

흥미로운 것은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일면식 있는 손님들이 상대방 찻값을 서로 내겠다고 다투기도(?) 하고, ‘지나가다 들렀다’는 손님이 내민 커피 값을 주인은 “그냥 가시라”며 받지 않으려 하고 손님은 “그건 안 된다”며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등, 분명 소란스럽고 뭔가 일상적이지 않지만 그 소란과 비일상적인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마 정성과 퀄리티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흔히 커피 전문점에서 주는 테이크아웃 잔 대신 지나칠 만큼 정직하고 커다란 머그잔을 가득 채운 아메리카노가 단돈 2천원. 고구마·녹차 라떼는 3천원.

북이면 한 농가에서 직접 농사지은 생강 30kg 사서 껍질 벗기고 다듬어 재웠다 끓여내는 생강차는 벌써 3분의 2가 팔렸다.

비싸도 특유의 고소함 때문에 국산만을 고집하는 잣을 띄운 대추차도 추운 겨울,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이야기 하다 마시던 차가 바닥을 보여도 손과 입이 심심하지 않게 뻥튀기도 준다.

카페 하면서 제일 좋은 게 “집에만 있으면 평생 모를 사람 만나 이야기할 수 있고, 모르는 사람이 우리 찻집을 찾아와 따뜻하게 잘 마시고 잘 쉬었다 간다고 인사해주는 것”이라는 정 대표는 ‘대박 바라지 않고 잔잔하게, 하루하루 잘 살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커피 10잔 팔아 버는 2만원보다 10명의 손님을 만났다는 것이 더 행복하다”며 “나를 아는 사람이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정 대표.

으슬으슬 감기 기운 있을 때 ‘카페, 그리다’에 앉아 생강차랑 대추차 한잔씩 마시며 그녀와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 나누다 보면 감기 따위 저 멀리 도망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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