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아름답게
뒷모습이 아름답게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1.02 10:20
  • 호수 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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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것은 만남의 시작이고, 죽음은 이별의 끝이며 우리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친구, 동료, 이웃과의 만남과 이별도 있지만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반려견이나 애완동물 그리고 수많은 자연, 공간과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된다.

만남은 이별의 시작이고,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절차인지도 모른다. 이별이 없이 새로운 만남은 불가능하고, 이별이 없는 삶은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이별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추악하고, 부끄럽지는 않아야 한다.

만날 때는 얼굴을 마주하며 보게 된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게 하려고 화장도 하고, 웃는 표정도 짓게 된다. 하지만 헤어질 때는 화장도 웃음도 없는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게 되기 마련이다. 이별은 최악의 상황에 닥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거나 원수처럼 서로 얼굴도 보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바로 최악의 상황에까지 가서 이별을 하기 때문이다.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또는 부끄럽거나 추악하지 않는 이별은 멈출 줄 아는 지혜에서 비롯된다. 노자의 도덕경에 “스스로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분에 맞게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언제까지나 편안할 수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고 했다.

청백리인 지지당 송흠선생의 호가 자신의 분수에 넘치지 아니하도록 그칠 줄을 안다는 의미의 지지(知止)라는 것을 보면 선현들이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만족함을 모르면 그칠 수가 없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모든 번뇌의 원인은 탐진치(貪嗔痴)라는 세 가지 독 때문이라고 한다.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탐이요, 욕망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고, 화라는 불은 지혜를 태워버리기 때문에 탐진치는 탐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만족할 수 없고,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고, 그치고 멈추지 못하기 때문에 화를 부르게 된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자신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이웃이나 친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족끼리도 배려하거나 용서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자신의 탐욕을 감추기 위해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마지막엔 비참한 결과를 부르게 된다.

보통 사람들도 탐욕스런 마음을 가지면 형제가 우애하기 어렵고, 친구가 떠나고, 이웃이 멀어지게 되는데 지도자가 탐욕스럽게 되면 자신을 망치는 것은 물론 나라와 지역을 병들게 하고, 도덕과 윤리라는 가치마저 잃게 만든다.

노자의 도덕경에 “금은보화가 집에 넘쳐나 그것을 지키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부귀해지려는 마음에 교만하여 욕심을 부리는 것은 스스로에게 화를 부르는 것이다. 공을 이루면 몸소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공을 세웠다면 물러나야하고, 공을 세울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이별을 잘해야 시작이 잘 될 수 있는 것처럼 마무리를 잘해야 시작이 아름답다. 올해는 지방자치 선거가 있는 해이다.

스스로 때를 알아 떠날 줄 알고, 물러날 줄 아는 지혜가 있는 사람이어야 마지막이 불행하지 않다.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주장하는 사람은 사실 그 사람만은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이미 인품이라는 속이 바닥을 보이고, 주민을 존경하는 겸손함이 없으며, 지역을 사랑하는 열정은 탐욕으로 변질된 사람은 모두를 위해 떠나야 한다. 희망을 품고 꿈을 꿀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떠나는 뒷모습이라도 아름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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