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킨 것이 죄다
들킨 것이 죄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7.12.11 13:02
  • 호수 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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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보면 가끔 죄인을 추국할 때 고문용 의자에 앉혀 끈으로 묶은 다리 사이에 주릿대를 넣고 비트는 주리 틀기를 한 다음에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말한다.

때론 범행의 증거나 사건을 목격한 증인의 증언도 없이 이렇듯 주리 틀기나 인두로 살을 태우는 고문을 하면서 범행을 자백하라고 강요한다.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하고, 벌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30여 년 전에도 민주화 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이나 노동운동에 앞장섰던 사람들 그리고 재야에서 독재 타도를 부르짖었던 인사들이 고문 등에 의해 무고한 처벌을 받은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김대중 정부 이후 민주화가 정착된 뒤로 법원에서는 철저한 증거주의 재판 원칙에 따라 고문에 의한 자백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간통죄가 성립되던 시절 한 법관에게 피고인이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 바람 피우는 남자가 저만 있는 것이 아니고 판사님도 한 번도 외도를 안 하셨는가요? 왜 저만 벌을 받습니까?”라고 말하자 판사는 “다른 사람들은 들키지 않았고 너는 들켰지 않느냐”라고 했다고 한다. ‘법정에서의 벌은 죄 지은 사람에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들킨 사람에게만 내려지는 것이다’라는 대명제가 성립된 것이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왔다. 검찰은 최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의원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자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만약 돈을 받았다면 대구 역에서 할복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인들 가운데 뇌물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에 불려가기 전에 스스로 돈을 받았다고 고백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처음에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증거가 드러나면 보좌관이나 측근이 받은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그들이 돈을 받은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몰아간다. 뇌물죄보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훨씬 처벌의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6년 고위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 현황에 따르면 최경환 의원은 45억 9284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의원들 중에 부자로 꼽혔다. 아파트 전세 임차권, 청도, 대구의 전답 및 대지, 서울 서초동 아파트 등 부동산 등 18억 197만원과 현금 등이다. 돈도 많은 사람이 부정하고 불법적인 돈에 욕심을 부려 자신의 명예를 추락시키고 어쩌면 수년 동안을 감옥에서 보낼지도 모르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될지도 모르는 범법 행위를 한 까닭은 첫째는 설마 둘이서 주고받는 은밀한 거래가 밝혀지지 않겠지하는 믿음 때문이고 둘째는 불안함이 주는 고통보다는 범법행위가 주는 달콤함이 크기 때문이다.

목민심서에 “나라를 망치는 것은 외침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로 민심이 돌아서는 것이다”고 하였고, 조선이 망할 무렵인 구한말에는 미관말직도 매관매직을 하고, 벼슬을 사고파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으며 돈을 주고 벼슬을 산 관리는 백성들을 수탈하는 악폐가 반복되었다. 뇌물죄는 형량이 무거워서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일 때는 특가법상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5천만원 이상~1억 미만일 때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 3천만원~5천만원일 때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도 뇌물이 오가는 이유는 대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승진을 하고, 업자는 사업권을 따게 된다.

들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는 현상이다. 사법부가 양심선언을 한 뇌물 공여자에 대한 처벌을 감면해 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들킨 것이 죄가 아니라 범죄행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사회적 공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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