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애기단풍축제, 길을 묻다
백양사 애기단풍축제, 길을 묻다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7.11.20 11:18
  • 호수 6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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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주지 토진스님 인터뷰>

유난히 잎이 작고 선명한 붉은 빛의 애기단풍이 전국의 사진작가와 등산객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백양사 애기단풍축제는 장성의 자랑이자 귀한 자원이다.

애기단풍은 10월 말부터 물들기 시작해 11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장산국립공원백암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단풍축제가 시작된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탐방객수는 22만6천5백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축제가 그러하듯 올해 백양사 단풍축제에서도 부족한 주차 공간과 복잡한 도로 문제, 먹거리 문제, 화장실 문제 등이 제기됐다.

그런데 올해 단풍축제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할 더 큰 문제가 있다.

장성군은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백양사 단풍축제를 열고, 백양사에서는 10월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17일간 애기단풍축제를 열었다.

축제를 홍보하는 언론 보도도 제각각 나갔고, 장성군에서 ‘3일간 단풍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이야기한 뒤로도 백양사 애기단풍축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축제를 찾아온 이들이 혼란을 겪은 것은 자명한 일.

여기에 ‘굳이 축제 안 해도 단풍 보러 올 사람은 온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장성군의회 임시회 군정질문에서 고재진 의원이 장성군에 ‘단풍축제를 농산물판매행사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지’ 질문했는데 이를 ‘단풍축제를 폐지하자’고 한 것으로 잘못 전해져 북하면 이장단과 백양사 관계자가 의회를 항의방문하기도 했었다.

장성군에서도 고재진 의원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양사 애기단풍축제, 이제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이번 백양사 애기단풍축제를 기획한 백양사 주지 토진 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차가 진입을 못해 돌아가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애기단풍축제를 찾았다. 어떤가?

토진스님-애기단풍축제를 보기 위해 왔을 수도 있지만, 백양사 애기단풍은 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주고 있다.

기자-장성군에서 축제를 주관한 기간과 백양사에서 기획한 기간이 다른데?

토진 스님-축제가 좀 더 생활밀착형으로, 많은 사람들에 직접 도움이 되고, 생태 환경적으로 축제를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기간을 늘리고 축제 형태를 바꿨다

기자-축제 준비는 어떻게?

토진스님-2~3개월 전부터 마을 주민들과 관리공단과 함께 논의하고 장성의 좋은 농수산물, 백양사가 가지고 있는 가치, 이런 것들을 돋보이게 하고 잘 알릴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했다

기자-어떤 프로그램들이 있었나

토진스님-백양사는 사찰도 대한8경의 하나로 유명하지만 남방 식물들이 와서 자라고 전나무 같은 북방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이다. 이런 식물 자원을 잘 보존하고 알릴 수 있는 형태를 생각했다. 그리고 장성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대봉을 생산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 백양사 쌍계루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많은 학자들이 학문 교류를 했던 곳이다. 이런 의미들을 살려 인문학 강의, 농산물 살리는 감·사과 축제, 단풍뿐만 아니라 남도의 소리와 함께하는 음악축제 등을 열었다.

기자-앞으로 계획은?

토진 스님-백양사와 애기단풍축제를 찾는 분들이 전라도의 맛을 느끼고 백양사 애기단풍을 보면서 커져버린 자신의 욕심을 다스리고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다음 축제 때도 노력하겠다

기자-민감한 질문일수도 있지만 군과 백양사의 축제 일정이 달라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토진스님-축제에 대한 이해가 잘못 되어 있는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한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 축제는 우리 지역에 오신 손님들을 잘 맞이하는 것이 기본이다. 공연을 하고 농산물을 판매하고 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아름답게 물든 애기단풍을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더 많은 기억과 추억들을 드리기 위해 백양사와 마을 주민들이 17일간 준비했다

기자-대부분 축제를 지자체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혼선은 아닌지

토진 스님-어찌 보면 요즘은 축제가 관성이 되고, 돈벌이 수단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된다. 단풍이 좋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오고, 오는 사람들을 잘 맞이하기 위해 주차, 먹거리, 화장실 문제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불편 없게 준비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만들고 그러는 거다. 꽃을 심는 것도 우리 지역의 꽃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먼저지, 꽃 심어서 사람들 불러들여서 돈 벌겠다는 생각이 먼저여서는 안 된다.

기자-단풍 축제를 농산물 축제로 전환, 혹은 특화시키자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

토진 스님-단풍축제를 농산물축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백양사, 상가, 북하면, 약수리 등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이해를 시키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란꽃잔치에 치중하느라 주민들의 뜻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자-백양단풍축제 전야제 노래자랑을 공설운동장에서 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토진스님-백양사 단풍축제 예산을 1억8천만 원이라 책정해놓고 실제 백양사가 축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허용된 금액은 3천만 원이다. 그것도 축제를 한 달 남기고 집행하니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노란꽃잔치 기간에 공설운동장에서 단풍축제 전야제를 하느라 3~4천만 원을 써버린 것은 단풍축제 예산으로 노란꽃잔치 행사 한 거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단풍축제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기자-군과 관계없이 백양사와 주민, 상가가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어갈 계획도 있는지?

토진 스님-이미 군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지금처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축제를 계속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주민들과 상가 사람들에게도 ‘백양사가 모범을 보일 테니 행정의 지원 없이 우리끼리 축제를 만들어보자. 우리가 잘못하면 지원을 받아도 별 볼일 없게 되고, 우리가 잘 하면 더 빛나게 된다. 지금은 축제의 본질을 잃어버려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꽃 축제도 마찬가지다. 장성은 농촌이고 꽃을 심는 것은 농업이니까 잘 맞는 거다. 하지만 진정성 있게 진행이 되어야지, 오히려 환경을 망치는 돈벌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원예 힐링이라는 말이 있듯,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고장을 위해 꽃을 심으면서 힐링이 되면 그것이 진정한 가치지, 공무원 동원해서 꽃잔치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홍길동 축제도 그 의미와 가치를 살려야지, 테마파크 지어 돈벌이 하려고 하니 안 되는 거 아닌가. 장성 애기단풍 나무는 전국 최고이며 브랜드가치가 있다. 단풍축제의 가치는 단풍나무를 잘 심고 가꾸고 품종 개량도 해야 유지가 된다. 단풍축제 예산도 다른 곳이 아니라 그런 데 써져야 한다. 본질적인 가치를 놓치면 안 된다.

기자-축제를 전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토진 스님-공무원들이 축제 지원 하면서 자기 돈 주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돈’ ‘군민들 돈’ 곧 세금 아닌가. 돈 줬다고 시키는 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또 마을 주민들에게도 ‘행정에 기대고 바라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우리 힘으로 해야지 군 지원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축제의 기본 가치와 본질을 지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축제에 오는 사람 모두 행복한 마음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주민과 관광객 모두 만족하는 축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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