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빚은 전통주로 ‘우리 술 독립만세’ 외쳐보세
제대로 빚은 전통주로 ‘우리 술 독립만세’ 외쳐보세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7.10.23 14:15
  • 호수 6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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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 푸른 물, 청산녹수 김진만 대표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그 집안의 술, 즉 가양주를 내놓는 것을 최고의 대접으로 여겼다. 술맛을 보면 그 집안의 성품을 알 수 있을 만큼 술은 한 집안의 족보이자, 술에 들어가는 재료를 통해 그 집안의 내력까지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한 전통주만 약 4백여 종. 그 외 기록되지 않은 것까지 더하면 우리의 전통주는 1천여 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1905년 을사늑약 강제체결 후 일제는 세수 확대와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주세법(1909)과 주세령(1916)을 반포하고 급기야는 가양주 제조에 ‘제한 면허제’를 두지만 사실상 금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마저도 1934년에 이르러서는 가양주 면허제조가 아예 폐지되고 전통주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 통치를 당한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간을 일컫는 말.

그 시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 정책이었던 한국민족 말살 정책과 식민지 수탈 정책으로 사라진 전통주.

1980년대 양곡 사정이 호전되고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문화를 부활시키자는 명목 아래 전통주 제조면허 허가, 전통주 발굴 및 무형문화재 지정 등 일제에 의해 끊어진 전통주의 맥을 복원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술 독립만세’를 외치며, 전통주 부활을 위해 매일 25시간을 사는 이가 있다.

전남대학교 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이자 동 대학 전통양조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이면서 10년 넘게 방치되어 있던 장성북초등학교를 ‘청산녹수’라는 상호의 양조장으로 탈바꿈시킨 김진만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제대로 된’ 전통주를 향한 고집

미국에서 10여 년간 공부하며 미생물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진만 교수는 틈 날 때마다 미국 각 지역의 와이너리를 돌며 지역의 술이 체험과 교육을 통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귀국한 뒤 각종 술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특히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의 전공이 전통주 발효의 핵심인 ‘미생물’ 분야인 것도, 전통과 과학을 접목해 ‘제대로 된 우리 술’을 빚는 데 최적의 조건이다.

김 대표의 지인 김 모 씨도 “대부분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사람들과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고집만 내세워 섞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진만 교수는 스스로를 낮추고 마음과 귀를 열어 경험자를 만나 전통을 배우고 토속 술의 데이터를 만들어 자신의 이론과 접목시키는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보기 드문 케이스다”고 치켜세웠다.

단일 미생물로 만드는 일본 술인 사케는 고급술로 대우를 받고, 1백여 종이 넘는 자연계의 모든 미생물을 불러들여 본연의 발효를 거쳐 다양한 풍미를 갖게 되는 우리 전통주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외치는 김 대표.

그런 그가 장성의 산과 마을 안 방울샘 물맛에 반해 양조장 이름을 ‘청산녹수’라 짓고 2009년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아 자동화 제조설비를 갖춘 뒤 2010년에 주류제조업 면허를 받아 첫 출시한 술이 ‘사미인주(思美人酒)’다.

장성 산 유기농 햅쌀만을 사용하고 항산화 기능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벌꿀을 첨가해 저온숙성 시키는 등 합성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효모가 살아있는 생탁주로 이중숙성발효과정을 거치는 탓에 천연 탄산 맛이 일품인 고품격 프리미엄 명품주로 입소문이 나 있다.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형상화한 호리병 모양의 주병과 치마 부분에 그려진 김홍도의 미인도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고, 인위적이지 않은 단맛과 깔끔하고 맑은 뒷맛 등 풍부하고 스펙트럼 넓은 사미인주의 술맛은 전통주 애호가들로부터 대한민국 최고급 막걸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주가 프리미엄 명품주라면 장성 산 ‘365생’ 쌀을 사용해 전남대학교 양조과학기술연구소와 청산녹수가 공동 개발한 특허기술로 빚은 저온숙성의 와인형 막걸리 ‘365생탁’은 청산녹수에서 빚는 두 번째 막걸리 버전이자 고급형 대중 생막걸리다.

특히 건강과 미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영양물질을 함유한 현미를 사용해 발효시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청산녹수의 꿀막걸리는 우리술연구센터의 막걸리 전용효모로 발효제조한 생탁주로, 특허기술인 미생물제어기술로 유통기한을 30일로 늘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복합 문화 공간 만들 터’

청산녹수는 올 6월 3수 끝에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됐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술의 주원료인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2013년부터 전국 주요 양조장을 순차적으로 지정해 체험과 여행이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5년 동안 1년에 6곳씩 30개 업체를 선정하는데 올해가 마지막으로, 농업 및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 역사성 등의 기준에 적합한 양조장을 선정하며, 그 중 청산녹수는 선정 업체 중 유일하게 폐교를 활용한 공간 조성으로 눈길을 끈다.

또 학교 건물을 술 주조공장으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체험과 교육을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막걸리 제조 과정을 오픈하고 실습장, 셀러, 키핑이 가능한 신개념 복합 공간으로 거듭날 계획도 구상중이다.

김 대표는 “찾아가는 양조장의 기본 취지는 지역 쌀, 지역 과일 등 자체 농산물로 술을 빚어 지역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체험과 여행을 접목한 관광 상품 개발로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의 파급력을 통해 양조장뿐만 아니라 지역을 알리는 선순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며 “일본의 양조장 술 투어나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로 인한 1년 부가가치가 14조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처럼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여행과 술에 관심이 많은 국내외 투어리스트들은 물론 가족·친구·동료들이 함께 방문해 체험하고 머물다 갈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는 탁주 위주로 제품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약주, 청주, 증류식 소주, 과실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얼마 전 ‘전통 발효학당’을 열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주 기초교육을 받았던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누룩 심화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누룩은 술이 되고, (된·간)장이 되고, 마지막에는 (식)초가 되는, 건강한 식생활과 슬로우 라이프의 최고 재료다”며 “발효학당에서 누룩전문교육을 받은 교육생들과 함께 여러 발효가공식품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족의 혼과 정서가 녹아있는 우리 전통주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이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세상사가 대체로 선악의 양면이 있듯 술도 백약(百藥), 백독(百毒)의 양면이 있으니 지나치지 않으면서 양보다는 맛과 질을 따져 마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소수추(掃愁帚, 근심을 쓸어버리는 빗자루)

망우물(此忘憂物, 근심을 잊게 하는 만물)

미혼탕(迷魂湯, 혼을 미혹시키는 탕)

술이 좋아 양조장 사장이 됐다가 이제는 전통주 부활에 사활을 건 김진만 교수가 알려준, 술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들이다.

전통주와 발효에 관한 교육·체험·견학 문의는 장성읍 남양촌길 19(백계리 444-1) 청산녹수를 방문하거나 전화 (061)393-4141로 하면 된다.

옛 장성북초등학교 운동장에 대형차 주차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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