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말만 짧게 해야 박수 받는다’
‘필요한 말만 짧게 해야 박수 받는다’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7.10.17 11:15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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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子曰 孟之反不伐 奔而殿 將入門 策其馬曰 非敢後也 馬不進也

(자왈 맹지반불벌 분이전 장입문 책기마왈 비감후야 마불진야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맹지반이야말로 자벌기공(自伐其功, 남 앞에 나서서 자기 자랑을 하거나 뽐내는 것)하지 않는 사람이다. 패주하면서 뒤에 처져 있다가 마지막으로 도성 문을 들어가려 할 때 말을 채찍질하며 ‘내 감히 뒤에 있었던 것이 아니요, 말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이는 논어 옹야편 제13장에 나오는 것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겸양의 덕을 갖추고 자벌기공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노나라 대부 맹지반을 칭찬하며 공자가 한 이야기다.

당시 노나라와 이웃한 제나라는 자주 싸웠는데, 노(魯)나라 애공(哀公) 11년 전세가 불리해진 노나라의 군사가 모두 후퇴하게 되었다.

맨 앞에서 용감하게 적군을 무찌르던 맹지반은 후퇴할 때가 되자 군사의 맨 끝에 섰다.

쫒아오는 적으로부터 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맹지반은 자기 목숨의 위태로움을 무릅쓰고 아군이 안전한 장소로 후퇴할 때까지 맨 뒤에서 적군과 싸웠다.

가까스로 노나라 군사가 성에 도착하고 성문이 거의 닫히려는 찰나 맹지반은 말의 엉덩이를 세차게 내리치며 맨 앞으로 달려 나왔다. 그러고는 말했다.

“내가 감히(용감스레) 후방을 지키려고 뒤에 남은 게 아니라 내 말이 지쳐서 달리지 못했기 때문에 뒤처지게 되었소”

이를 두고 공자는 ‘맹지반불벌’ 즉 “맹지반은 자신의 공을 자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구나”라며 두고두고 맹지반의 겸손을 칭찬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위치는 공격부대의 선봉이 아니라 후퇴하는 부대의 후미다.

병력이 약화되고 사기까지 떨어진 군대를 이끌고 적군의 공격을 막아 내며 후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맹지반은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그 공을 떠벌리기는커녕 오히려 감추었던 것이다.

때로 다른 이들의 평가를 미처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공을 스스로 자랑해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모습을 본다.

또 조그마한 공적도 크게 과시하려다가 주위의 질시를 사고 서로 반목하는 경우조차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그러나 진정한 공적은 단순한 자랑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공을 스스로 감출 줄 아는 겸손에서 완성되는 것 아닐까.

얼마 전 군민의 날 기념식이 끝난 뒤 장성군으로부터 숙박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차 모씨가 장성군의회 임동섭 의원의 뺨을 때려 고소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관련기사-본지 693호 ‘현직 군의원 향한 주먹질’로 얼룩진 ‘군민의 날’)

임 의원과 유 군수의 불편한 관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때문에 군 시설 위탁운영자의 ‘과잉 행동’이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군민의 날 기념식 식순에 ‘군수 인사말’ 배정 시간은 6분이었다. 그러나 실제 20분이 넘는 시간동안 행사와는 관계없는 군정 홍보가 이어졌다.

심지어 현장에 있던 공무원조차 ‘대 군민 담화문도 아닌데..’라며 혀를 내둘렀고, 4천명 넘게 운동장에 모인 대회 참가 선수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도 한숨 쉬며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군민들이 장성군 체육회 회장이자 이날 행사의 실제 주최자인 군수 인사말 뒤에 보낸 박수 소리보다, 비교적 짧고 행사에 어울리는 인사말을 했던 이개호 의원과 김재완 의장에 보내는 박수소리가 더 컸던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나가던 국민의 당 박지원 의원에게까지 시간을 할애했고, 박 의원은 ‘행사 잘 치러라. 지역구인 목포 가던 길이다’고 다소 성의 없는 인사말을 남기고 단상을 내려왔다.

그런데 군민의 날을 함께 하기 위해 서울서 새벽밥 먹고 출발했을 향우회 회장에게 고향을 방문한 소감 들을 시간은 도저히 없었다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일들은 ‘재경향우회와 장성군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에 날개를 달아줄 뿐이다.

교장 선생님과 주례선생님의 공통점이 뭔지 아는가.

‘필요한 말만 짧게 해야 박수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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