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 제 3대 대통령을 역임한 토마스 제퍼슨의 말이다.
<공범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해 온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공영방송의 주요 인사들을 매수하여, 정부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 언론인에게 징계 및 보복 인사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비판적 보도를 한 MBC 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들을 보복 인사 조치로 사내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게 했다.
이제 지방으로 돌아가 보자.
1995년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단체장은 공무원의 인사와 예산편성권 그리고 각종 인허가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를 견제해야할 지방의회는 법과 제도의 한계 그리고 지방의원들의 무능으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를 감시·감독하고 견제해야할 역할이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언론에 집중되었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장들 가운데 수십 명이 인허가 관련 부패, 입찰 및 계약 관련 부패, 공유재산처분 및 지역개발 관련 부패, 인사권 남용 관련 부패 등으로 구속되었고, 중도에서 하차하였다. 과연 지역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제 역할을 하였다면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었을까 되묻고 싶다.
물론 지역 언론이 지역의 현안 문제에 대해 왜곡, 과장 그리고 허위보도로 인해 헐뜯기나 겁주기 식의 기사라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기자는 지역 현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가 있어야 하고,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장성군민신문이 창간 14주년 날짜로 셈하면 5천110일이 되었다. 장성에서 여러 개의 지역신문이 창간되었다가 폐간한 사례를 보면 평균 수명이 채 2년이 지나지 않았다.
지역신문은 중앙언론이나 방송에 견주어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훨씬 열악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장 14년을 이어오면서 장성의 역사를 기록하고, 장성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왔으며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했다는 것은 스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장성군민신문이 걸어온 길을 무조건 칭찬하고 싶지는 않다. 때론 단체장과의 친소에 따라 기사와 논평의 논조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으며 기사가 섬세하고 치밀하지 못한 것은 물론 편협한 시각으로 보도된 기사도 없지 않았다.
본지가 건강하게 자리 잡을 때 지방정부가 더욱 바르게 자리매김할 것이며 군민들의 여론을 담아내는 역할도 충실하게 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말이다. 기자를 쓰레기라고 표현한 이 말은 기자가 언론인의 역할은 하지 않고 부정한 이권을 탐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특히 지역신문에 종사하는 기자들에 대한 주민들의 시각은 무능하고, 지방권력과 결탁하여 사리사욕만을 탐하는 사람들로 인식되어있다.
그런데 지역신문의 수준은 바로 지역주민들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 정치가 토크빌이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하였는데 이 말을 준용한 것이다.
지역신문이 건강하게 하려면 주민들이 지역신문이 지방권력이나 토호들과 결탁하지 않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지역신문이 권력이 아닌 주민인 독자만을 바라보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신문이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민들은 이익을 얻게 된다. 경찰이 있으므로 인해 강도나 도둑을 예방하는 효과와 다르지 않다. 5천110일의 기록이 1만일이 되는 날까지 주민여러분과 독자여러분의 사랑과 성원을 기대하며 그동안 본지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