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식량 위기, ‘로컬푸드’로 대처하자
농업·식량 위기, ‘로컬푸드’로 대처하자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7.08.14 09:09
  • 호수 6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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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 체계로 인한 지역 농업과 식량 위기, 로컬푸드가 대안이다

식재료의 대부분을 지역에서 생산했던 전통사회에서는 먹을거리(또는 먹을거리 생산자)와 그것을 먹는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농산물은 수천, 심지어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 농산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었는지, 얼마나 먼 곳에서 왔는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일명 ‘세계 식량 체계’의 폐해에 대한 대안으로, 또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과 소멸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농촌의 회생 방안으로 ‘지역 식량 체계’ 즉 ‘로컬푸드’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로컬푸드’가 한국 농업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거나(완주 로컬푸드) 한국 소비자의 마트형 소비 패턴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공산품을 배재하고 있는 곳(나주 로컬푸드)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 지역 로컬푸드 정책의 방향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싣는 순서

⓵ 세계 식량 체계로 인한 지역 농업과 식량 위기, 로컬푸드가 대안이다

⓶ 로컬푸드 직매장은 ‘로컬푸드’로 승부해야 한다

로컬푸드란

로컬푸드(Local Food)는 특정 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말한다. 여기에 거주 지역에서 재배된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로커보어(Locavore, Local 지역+Vore 라틴어로 먹는다는 뜻)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로컬푸드 운동은 특정 지역에서 농민들이 생산하고 가공한 먹을거리를 가능한 그 지역 안에서 소비하도록 촉진하는 활동이며,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와 같은 개념이다.

이를 통해 ▲먹을거리가 생산지로부터 밥상까지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를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익명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거리를 좁힐 수 있으며 ▲신선한 식재료 공급이 가능하고 ▲가격 안정을 보장받기가 수월해진다.

또한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고 ▲소규모 영농으로 먹거리 농산물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운송에 필요한 이동 거리의 축소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따른 환경 보호에도 기여한다.(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식품의 생산부터 소비자의 섭취까지 이르는 거리인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환경지표의 하나로 사용하기도 한다)

세계 식량 체계가 식량 자급률을 낮춘다?

세계 식량 체계가 가져온 먹을거리 위기 즉 상대적으로 값싼 수입 농산물이 시장에 넘쳐나 국산 농산물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이에 따라 농사를 기피하는 탓에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25%,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경지 면적도 계속 줄어들어 2000년 188만8,765ha이었던 것이 2007년 178만1,579ha로 10만 ha이상 줄고, 2915년에는 167만900ha까지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식량 자급률이 낮으면 식량 확보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경험한 식량 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식량을 수입하느라 IMF가 제시한 불리한 융자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납이 들어 있는 중국산 냉동 꽃게, 리스테리아 균에 감염되었을 우려가 있는 미국산 햄과 소시지 제품 유통 등 식품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수입 농산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먹을거리의 대부분은 산업형 농업으로 생산되고 있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많은 양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살포하게 되면서 농민과 소비자의 건강과 생태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가정과 개인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외식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우리나라의 식당 수는 일본에 비해 세 배나 많다)도 우리나라의 먹을거리와 식생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대안은? 로컬푸드로 참먹을거리를 확보하라

자연의 속도에 맞게 지역에서 생산한 제철 농산물이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될 수 있고 지속적인 농업, 즉 환경 보전에 기여하면서 생산된 먹을거리가 참먹을거리다.

참먹을거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 식량 체계’ 즉 ‘로컬푸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완주로컬푸드

‘로컬푸드 1번지’라 불리며 우리나라 로컬푸드 운동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완주로컬푸드’.

지역농협과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12개의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은 2012년 개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지난해 연매출 450억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고, 올해는 연매출액 600억 원 시대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푸드 피해로부터 지역 농민들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며 지역농산물 유통 활성화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로컬푸드의 성공지답게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은 전국에서 사업 현황과 선진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벤치마킹이 치열하다.

특히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총 조합원 1,088명에 6개의 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근거리의 기존 생산자는 물론 귀농한 농가들의 출하도 활발하다.

특히 완주로컬푸드는 로컬푸드 매장 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신선한 농산물을 활용한 채식부페 ‘농가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식사 후 매장에서 장을 봐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새벽 6시, 동이 트는 시간부터 모여드는 ‘보따리를 든’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은 이곳의 진풍경이다. 소포장에서 라벨을 붙이고 진열하기까지 모든 유통과정을 직접 해야 하지만 어르신들은 힘든 기색이 없다.

정성이 담긴 농산물들을 한두 개의 작은 양도 출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넓지 않은 텃밭에서도 요령껏 작물을 기르시기 때문에 적은 양이라도 가지고 오셔서 판매하시고 용돈벌이 하시는 낙으로 매일 이곳을 찾으신다”며 “획일적으로 대량 생산된 제품보다 색이나 모양이 보기에 덜 좋을지는 모르지만 매일 풀 뽑고 물 줘가며 기른 농산물이 갖는 영양과 맛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고향’과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어르신들이 내놓은 농산물을 ‘믿고 구입’한다는 것이다.

매장 내의 모든 제품들은 생산자, 원산지, 출하일자를 명확히 표기한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는 완주군에서 생산된 농산물 뿐 아니라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에서 만든 각종 가공식품들도 유통되고 있다.

우리 콩으로 만든 두유, 우리밀로 만든 라면, 지역 쌀로 만든 빵, 할머니들의 레시피로 직접 담근 장아찌 등 완주 지역 내 2개의 가공센터에서 농가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고 배송한다.

한 소비자가 ‘썩는 빵을 팔아줘서 고맙다’고 말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대부분의 빵에는 화학첨가물이 다량 들어가지만 이곳의 빵은 방부제를 넣지 않아 3일이면 썩는데, 이를 경험한 소비자가 ‘며칠 되지 않아 곰팡이가 핀 빵을 보고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고 칭찬을 했다는 것이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2010년 영농조합법인으로 출범한 완주로컬푸드 건강밥상은 전국에 1,700명이 넘는 ‘건강밥상 꾸러미’ 회원을 확보한 국내 최대 규모의 로컬푸드 꾸러미사업체로 성장했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월 10만 원 내외의 비용으로 완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얼굴 있는 농산물을 매주 가정에서 받아 안전하게 가족의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것에 반가워했고, 10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건강밥상 꾸러미는 연매출 30억 원을 훌쩍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완주로컬푸드와 건강밥상이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행복한 밥상문화를 만들어가는 식탁의 푸른 신호등’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완주군의 지역 농업과 고령화된 인구의 경제기반을 위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소농과 고령화된 인구가 많아, 소농의 조직화와 다양성을 확보하고 도시민들에게 ‘돈이 아깝지 않은’ 농산물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완주 로컬푸드가 출범했다는 것이다.

소농과 고령화. 우리 지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컬푸드를 통해 농업과 밥상을 함께 살리는 완주로컬푸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주로컬푸드

완주 로컬푸드를 모델로 2015년 11월 문을 연 나주로컬푸드 빛가람점은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나주에서 생산되는 200가지가 넘는 농산물과 50가지 이상의 가공식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매일 280농가가 출하를 하고 있고 소농과 고령농을 우선한다.

빛가람점의 소비자 회원 수는 지난 5월 5천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빛가람동에 등록된 세대수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나주로컬푸드 빛가람점은 오픈 6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다. 개장 1년 반 만에 일평균 매출 750만 원을 기록했고, 지난 4월 초에는 누적매출 30억 원을 돌파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수치가 단일 직거래 매장에, 공산품을 일체 취급하지 않고 로컬푸드와 로컬푸드를 이용한 가공식품만을 판매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만 놓고 보면 자랑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정육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다른 곳에 비해 이곳의 매출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공산품이나 수입산 등 고객의 다양한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제품들을 모두 구비한 마트에서 장사를 하면 매출은 지금보다 나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들이 생산자를 신뢰하게 되고 로컬푸드의 신선함과 합리적인 가격에 매력을 느껴 매출이 오르고 있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곳 관계자는 “원스톱쇼핑(일정한 용도에 쓰이는 물품을 한 건물 안에서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농산물과 이를 이용한 가공식품만 판매하는 로컬푸드 매장을 얼마만큼 선호할 것인가는 무시할 수 없는 고민이고 두려움이다”며 “그렇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고객들이 로컬푸드의 강점을 파악하고 로컬푸드 직매장을 이용하면서 일반 공산품은 다른 곳에서 구입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곳에서 만난 빛가람점 회원 김 모 씨는 “원래는 생협의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 식재료를 구입했는데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겼다는 소식에 바로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로컬푸드의 장점은 생산자 실명제, 식재료의 신선함, 그리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생산비를 보장하는 가격도 이곳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의 질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상점의 유통과정은 생산자(농민)-산지 유통인-도매상-중도매인-대형마트 물류센터-매장(점포)-소비자의 과정을 거치지만, 로컬푸드의 경우 생산자(농민)-매장(점포)-소비자 3단계로 이루어진다.

중간 유통단계의 거품은 빠지고 생산원가를 고려한 적정 가격을 제시함으로 농민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게 되고, 농민들은 자신이 기르고 출하하는 농산물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어 농산물의 품질 또한 향상된다는 것이다.

마트, 백화점은 물론이고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까지 전통식품(된장, 고추장, 간장 등)과 농·축·수산 가공식품 대부분을 대기업 제품들이 장악하고 있다.

나주로컬푸드 빛가람점의 전통·가공식품은 100% 나주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나주에서 가공된 것들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은 물론이고 100% 나주산 대두를 사용해 나주 왕곡면에서 생산하는 두부, 토하젓(세지면), 감식초(봉화면)를 비롯해 요거트, 김치류, 각종 건나물, 자반, 과자류, 김부각, 약과, 한과, 강정, 자반, 참기름, 들기름, 국수, 밀·통밀가루, 튀김·부침가루, 꿀, 각종 즙까지 모두 지역 내에서 재배되고 생산한 제품들만 판매되고 있다.

이곳에는 정육 외에도 순우리밀 빵집과 반찬가게가 입점해 있는데, 모두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구조는 로컬푸드의 이러한 선순환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월 평균 100만원 소득을 올리는 500곳 농가 육성’을 올해 목표로 정하고 신규 농가 모집, 교육 등의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나주시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도 농가와 로컬푸드 직매장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연내 농어업가공활성화센터를 출범시켜 가공 품목을 한층 다양화해 농가 소득 증진에 기여할 방침이고, 농산물 생산량-소비량의 철저한 이력 관리를 통해 안전한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나주푸드 시스템 도입과 농산물 가공 교육 강화를 골자로 한 6차 산업 교육관 신축도 추진 중이다”며 “농사 없는 미래는 결코 보장받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나주시는 지역 농민들에게 로컬푸드를 통한 실질적인 ‘소득 보장’을 약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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