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의 정치인
순장의 정치인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7.06.30 15:25
  • 호수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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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광개토대왕릉으로 추정되는 무덤에는 시신을 눕히는 돌 널판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폭이 두 사람이 누울 정도였고, 또 하나는 한사람만 누울 수 있을 정도였다.

한사람이 누울 수 있는 좁은 돌 널판의 주인은 광개토대왕의 후궁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고구려 뿐 아니라 고대 여러 나라에서 왕이나 귀족이 죽으면 신하나 후궁 또는 첩이나 노비를 함께 묻는 풍습이 있었다.

진시황은 사후세계를 염원하며 살아 있을 때부터 조성한 수십만 평 규모의 여산릉에 그가 죽어서 함께 묻힌 이들만 수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한다. 신하와 궁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묘지를 조성했던 인부들도 함께 매장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Historia]에 따르면, 발칸반도 동남부에 사는 트라키아 부족의 경우, 남편이 죽으면 여러 아내 가운데 가장 사랑받은 아내를 남편과 함께 매장했다고 한다. 이 때 다른 아내들은 자신이 뽑히지 못한 것을 치욕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순장제도가 사라진 것은 고구려의 안장왕과 신라 지증왕 때부터라고 전한다. 이때는 불교가 전래되어 내세관이 확립되었고,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순장제도는 사람이나 산짐승을 함께 묻었던 방식에서 흙으로 인형을 만들어 묻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결초보은이란 고사성어는 진나라 때 문공의 부하였던 위무자의 아들 위과가 순장당할 처지에 있던 아버지의 젊은 첩을 살려주고 다른 곳에 시집 보내주었는데 훗날 그녀의 부친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풀을 묶어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 위과를 도왔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이후에는 순장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과부의 개가 금지법으로 인한 인격적 순장제도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과부가 개가를 하면 그 아들은 벼슬에 나갈 수 없도록 했다. 임금에 대한 충성을 상징하는 말로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不事二君)는 조선시대 윤리관은 한 남편만을 섬긴다(一夫從死)는 것과 함께 바꿀 수 없는 원칙이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열녀가 살해 등으로 조작되었고, 흔히 이런 것을 ‘억지춘향’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도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홈 페이지에는 자신들의 고장에서 누구누구가 열녀문을 받았다는 얘기들을 기록하고 이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세대에게 이를 본 받으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는 역사일 뿐 자랑일 수는 없다.

퇴계 이황에겐 혼인을 했지만 자녀를 두지 않고 혼자가 된 둘째 며느리가 있었다. 자녀가 없이 혼자가 된 여자를 청상과부라고 한다. 퇴계는 사돈에게 둘째 며느리를 개가 시키라며 친정으로 돌려보냈다.

몇 년 후 퇴계가 한양으로 가는 길에 어느 산골 집에서 하루 밤을 묵었는데 반찬이 예전에 집에서 먹던 것과 같은 맛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주인이 ‘제 아내가 지었다’며 버선 한 켤레를 주었는데 발에 딱 맞았다. 퇴계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을 나서며 되돌아보니 길모퉁이에 숨어서 배웅하는 젊은 아낙이 바로 둘째 며느리였다고 한다. 퇴계는 사람이 소중했던 것이다.

어떤 법이나 제도도 사람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념이나 사상도 마찬가지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그에게 “당신은 사회주의자냐”고 물었다.

사회주의자면 어떻고, 공산주의자면 어떤가? 1960년대 유행했던 메카시즘을 아직도 붙잡고 있는 정치인들의 수준이 한심하다.

대부분 친박 정치인들로 분류되었던 그들은 박근혜와 함께 순장하거나 최소한 구치소 앞에서 움막을 치고 박근혜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존중하며 그 행동이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비난하지 않는 [사람 사는 세상]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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