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기를 기다리며
해오라기를 기다리며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7.06.11 13:28
  • 호수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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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작은 창으로 샛강을 내다본다. 지자체에서 샛강을 정리한다며 공사를 시작한 지 2년이 넘는다. 아마도 샛강의 둔치에 무성한 갈대숲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도시 주민들의 공원 개념으로 파고 뒤집고 하는 것 같은데 공사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10개년 계획은 아닌지 모르겠다. 듣자하니 지자체 예산이 해마다 찔끔 반영되기 때문에 공사가 지지부진한다는 말도 들린다. 나무늘보처럼 게으르게 공사를 하다 보니 지자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건 그렇다치고 샛강은 이제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면 필시 죽은 강이 될 것이다.
내가 마음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공사를 하면서부터 샛강에 해오라기가 날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샛강에는 늘 부리가 긴 해오라기가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듯 물 위로 사뿐히 내려 앉아 날개를 접고 겅중겅중 걸어 다니며 물고기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장면이 자연이 내게 주는 위로처럼 얀겨왔는데…. 이제는 해오라기를 쫓아버렸으니 시력을 회복시켜주는 샛강의 운치라는 것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내게는 샛강이 죽은 강처럼 보인다.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어디에 빈 터가 있으면 거기를 파헤쳐서 기어이 무엇인가를 만들려고 한다. 도시는 점점 숨이 막힐 듯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말로만 선진국으로 간다, 어쩐다 하면서 하는 일은 완전 ‘토목공사중 국가’ 같다.
파리 시는 꽃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공원이 많다. 뉴욕은 그 유명한 센트럴파크가 산소공장이다. 마드리드는 수십만 평의 공원이 도시 가운데 있다. 숲 속의 도시들 같다고 할까.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서울 여의도 같은 곳을 작은 아마존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혹시 서울에 가면 남산 타워에 올라가보기 바란다. 남산 타워에서 일망무제로 서울시를 조망하면 서울시는 마치 사막에 솟아있는 흙으로 만든 흰개미집 같은 건물들로 꽉 차 있음을 볼 것이다. 빈 공간이라곤 없이 빽빽이 하늘 높이 솟아있는 건물들, 그 건물들의 대부분은 아파트란 것도 다른 대도시와 비교된다. 요즘은 아파트도 60층이 넘는 아파트가 유행이다. 땅의 기운을 안 받겠다는 투로 아파트는 하늘에 닿을 듯 경쟁적으로 솟아 있다. 끔찍한 광경이다. 광주에도 신축 아파트들이 하늘의 높이를 재고 있다.
나는 참 까탈스런 사람인지도 모른다. 드디어 또 이사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문을 열어놓으면 시끄러운 차 소리가 귀를 어지럽히고, 미세먼지가 새까맣게 마루바닥에 앉아 나를 질겁하게 한다. 청소를 할 때마다 이사를 해야지 했다. 집이 팔리고 또 새 아파트로 갈 셈인데 새로 이사 갈 아파트는 소음도 먼지도 훨씬 적을 것 같아서 힘든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그곳에서는 샛강이 안보인다. 숲이 바로 지척에 있어 과장하면 거실 창으로 내다보이는 숲이 정원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내가 이런 투정을 하면 지인들은 백 퍼센트 좋은 아파트란 없다고 하면서 도시 주택이란 것이 다 그렇다고 쉽게 현실을 인정해버리고 만다. 나는 엉망진창인 현실에 나 나름대로 저항한다.
하기는 우리가 차를 타고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큰 길가에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하루 종일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들, 하루 종일 틈입해오는 먼지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런 아파트들에서도 잘들 살고 있다.
나는 확실히 까탈스런 사람인 것 같다.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애초에 아파트에서 사는 것부터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것 말고는 대안이 없으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나는 엉뚱한 공상을 해본다. 아파트마다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이 나오듯 집집마다 산소 파이프를 설치하고 정부에서 집집마다 맑은 산소를 공급하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하고.
누가 내게 몇 층으로 이사 가느냐고 묻는다. 5층이라고 했더니 요즘은 높은 층이 값이 더 나간다고 무슨 새로운 상식을 알려주듯 말한다. 난 낮은 층이 절대적으로 좋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이 올라가 높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지은 까치 새처럼 집에 들어가는 모습은 나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내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렇게도 높은 곳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이 나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높은 곳에서 자고 먹고 배설하고 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흡사 외계인이 연상된다.
나에게는 해오라기를 더 볼 수 없게 된 것이 슬프다. 이따금 내가 사는 마을에는 해오리가 마치 종이새처럼 하늘을 가로지르며 내가 모르는 샛강을 찾아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자연을 못살게 구는 사람들 틈에서 자연을 그리며 산다는 것이 참 버겁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
인간은 다시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만 같다. 제발 여기서 시멘트 괴물들을 그만 멈추어 주었으면 좋겠다.

문틈시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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