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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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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호] 2017년 05월 22일 (월) 11:01:38 문틈시인 시민기자 webmaster@jsnews.co.kr

이사를 가려면 아직도 보름도 더 남았다. 내 집에 이사 올 사람은 엊그제 집에 와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부산을 떤다. 이사 오기 전에 방 하나를 없애 거실을 크게 할 생각이란다. 없애려는 방은 내가 서재로 쓰는 방이다.

지금도 거실이 커서 내가 청소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데 더 크게 할 참이라니 나로서는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 방의 벽은 내력벽이 아니라서 없애도 건물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단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건설업자가 아파트로서 최적의 생활공간을 고려해 디자인한 것인데 마치 디자인이 잘못된 것처럼 큰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거실 모양도 달라질 터인데 굳이 확장해야 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싶다. 거실을 더 넓게 해서 춤이라도 추려는 모양인가. 나야 집을 넘겨주는 입장이므로 집을 어떻게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렇긴 하지만 적잖은 돈을 들여 공동주택의 집을 마음대로 개조하겠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새로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새 대통령은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럴 것이 역대 대통령들을 볼작시면 하나같이 전 대통령이 했던 사업이나 계획을 다 헤쳐 버리고 새로 뜯어고친다. 마치 전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잘못을 한 것처럼.

방 하나 없애는 것은 약과다. 행정의 계속성이 무너지기도 한다. 전 대통령이 동쪽 방향으로 갔다면 새 대통령은 서쪽 방향으로 가는 일도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불가다.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해서 국민 에너지를 통합해 나아가야 할 터인데 새 대통령이 반대 방향으로 틀어도 그쪽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오래된 집을 헐고 재건축하면 새 집이 생겨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행정은 집과는 다르다. 나라가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지, 전에 해왔던 정책들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면 국민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부동산 정책이나 남북관계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승만 대통령은 ‘반공, 반일’을 부르짖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시도했다. 정책은 주변 환경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전 대통령이 반공을 부르짖었다고 해서 후임 대통령들도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공 교육만 받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민족끼리’어쩌고 하니까 당황한 것은 사실이었다. 앞으로 새 정부는 정책 예고제를 시행해서 정책을 국민이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박근혜 정부는 아파트 매기를 부추기더니 갑자기 옥죄어 피해를 본 사람이 적잖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은 대책을 내놓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정부가 하는 일들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나라가 되어야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터이다. 어제까지 개성공단이 남북 협력 교류의 마당이었는데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는 식의 일은 설령 그 일이 불가피했더라도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깜짝쇼를 해서는 안된다.

우리말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떡이나 얻어먹을 형편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 파장이 우리의 실생활에 바로 쓰나 미가 되어 밀어닥친다.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 영향이 미친다.

새 대통령이 전 대통령들이 해온 국가정책을 뜯어 고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선할 것이 있으면 과감히 혁파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적폐가 쌓여있다면 응당 손을 봐야 한다. 그러라고 뽑아준 것이 아닌가. 다만 국민의 통합과 동의를 얻는 수준에서 고쳐나갔으면 한다. 잘못된 것은 과감히 척결하고, 적폐는 청산해야 한다. 그것을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새 대통령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 한 말을 상기했으면 한다. “국민의 반 보 앞에서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해서는 안된다.”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니 우파니 하는 선전선동이 난무했지만 나로서는 그런 표현은 가당치 않다고 본다. 앞으로 갈 것인가, 뒤로 갈 것인가로 다투었어야 했다. 새 행정부가 들어섰으니 늘 그렇듯 기대를 잔뜩 해본다.

나는 새로 이사 갈 집을 꾸밀 생각을 하면서 좀 설레기도 한다. 책장은 헌 것을 그대로 사용할 생각이다. 소파는 하도 오래된 것이어서 좀 좋은 것으로 바꿀 참이다. 거실에는 새집 증후군에 좋다는 여러 가지 화분을 들여놓을 참이다.

내 집이니 누가 나가라 할 사람도 없고 미니멀니즘을 따라 최소한의 필요만 구비하고 살아갈 참이다. 방을 터서 거실을 늘린다든지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고 피천득 선생은 기증받은 그림들을 벽에 걸어놓지 않고 거실에 둔 채 일평생 그렇게 살았다고 한다. 이유인즉 아랫집이나 옆집에 못 박는 소리가 들릴까봐서였단다.

시멘트로 지은 성냥곽 집을 부수고 고치고 한들 무엇이 얼마나 이롭겠는가. 그렇지만 새로 이사 올 사람에게 행운을 비는 쪽지를 써놓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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