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학생 해마다 늘지만 교육환경 여전히 열악해
다문화가정 학생 해마다 늘지만 교육환경 여전히 열악해
  • 기현선 기자
  • 승인 2017.05.15 10:54
  • 호수 6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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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관계 원만하지 못해 ‘왕따’ 당하기도
다문화가정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 강화되야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 입학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삶의 질은 일반학생에 비해 2배가량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 11년간 꾸준히 다문화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여전히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교육지원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진학률 저조한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은 약 9만9천명(2016년 기준)으로 전체 학생대비 1.6%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장성관내 유치원생을 포함한 다문화가정 학생은 약 330여명으로 유치원생 76명, 초등학생 199명, 중학생 29명, 고등학생 26명이다.(지난 4월 기준)

해마다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약 1만여 명씩 늘어나고 있지만, 학업중단 학생들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2년간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2014년도 중학교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업 중단자수는 전국 기준 146명이었으나, 2015년도 159명으로 늘었으며, 고등학교 학생 역시 107명에서 118명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에 대해 “다문화가정의 특성상 가정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은데, 고학년으로 진학할수록 교육비가 증가하고, 교과과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진학을 포기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어릴 때부터 아이가 책을 읽거나 대화를 통해 말을 배워야 하지만, 다문화가정에서는 대부분 어머니가 아이를 양육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아이에게 정확한 한국어를 가르쳐 줄 수 없으며, 결국 아이는 책을 읽거나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그렇게 초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뒤처지는 느낌을 받기 쉬우며, 이것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학습에 대한 포기와 탈선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중도입국 학생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

외국에서 살다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중도입국청소년’은 아직까지도 정확한 분류 체계가 없어 각 정부 부처별 중도입국 청소년의 통계 수치가 다르다.

중도 입국 청소년이란 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이나 취업으로 한국에 와서 살게 된 부모를 따라 뒤늦게 입국한 청소년을 말한다.

법무부는 중도입국청소년을 ‘결혼이민자, 혼인귀화자의 전혼관계에서 태어난 미성년 외국인 가운데 입국해 체류 중인 자’ 로 보며, 인원은 약 3천여 명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중도 입국 자녀 모두’를 중도입국 청소년으로 보고 약 6천여 명으로 집계했으며, 여성가족부는 ‘결혼이민자·귀화자의 만 9~24세 자녀 가운데 외국에서 주로 성장한 자녀’ 로 보고 약 1만 2천명으로 집계 하고 있다.

장성군 건강가족다문화가족 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 역시 중도입국 학생들에 대해 “센터를 통한 중도입국자들은 확인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알 수 없다”고 말했으며, 장성군 측에서는 “다문화 센터에 문의하라”며 선을 그어, 정확한 중도입국 학생들 수는 알 수 없으며 대략 10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을 뿐 정확한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장성에 중도입국 학생이 다니고 있는 한 학교 관계자는 “중도입국 학생들은 유년기를 외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이곳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학생들과는 언어습득에 있어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며 “대부분 부모가 한명씩은 한국인 이지만 간혹 둘 다 외국인인 가정들도 있어 언어습득은 더욱 어려운편이다”고 말했다.

또한 “중도입국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언어도 문제지만 지금까지 학습해온 과정이 다른데다 학년을 거듭 할수록 학습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성적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게다가 각 학교에 중도입국자가 한·두 명씩밖에 안되고, 시골 학교특성상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 아이들이 함께 진학을 하는데다, 전체 학생 수도 얼마 없다보니 교내에도 미묘한 기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러한 아이들이 환경이 바뀌고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상담자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하는 부모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삶에 지쳐있어 아이를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해 버리는 상황이 이어져, 결국 가정 내에서도 특별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점점 더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학술지 '한국청소년연구'에 실린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 관련 논문에 따르면, "국제 재혼으로 이뤄진 다문화 가정에서는 가족관계의 질과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들 가정에서는 현실적으로 부모의 역할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가족 상담, 교육 등 외부 지원으로 이들 가정을 도울 필요가 있으며, 중도입국 청소년에게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지지 집단'을 만들어 경험을 나누고 소통하도록 하는 방안이 실제적 도움을 줄 것이다"고 제안했다.

다문화가정과 중도입국 학생 위한 지원정책 강화 필요

지난 1월, 교육부는 다문화가정 학생이 우리사회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모든 학생이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2017다문화 교육지원계획을 수립·발표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다문화가정 학생 지원계획에 따르면 올해 지원예산은 지난해애 비해 20억이 오른 190억 원이며(국고 71.8억, 특교 119.4억) 다양한 교육지원 프로그램들이 준비 되어 있다.

정부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지원을 ‘진입’,‘적응’,‘발전’의 단계로 나누고 국내 출생 다문화가정 자녀와 중도입국, 또는 외국인 가정으로 분류해 순차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각각 언어의 습득을 위한 ‘진입단계’로는 다문화 유치원을 운영하고(2017년 17개 시도에 90개를 개원할 계획)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예비학교를 운영해, 언어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며, 한국외대 학생들과의 대학생 멘토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어 ‘적응단계’에 들어서면 학교에 적응 할 수 있도록 기초학력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학교생활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며, ‘발전단계’에 들어서면 학생 자신이 롤모델이 되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학생들을 도와주고, 언어적인 강점을 사용해 글로벌 인재로 자리 잡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도 입국자 학생들을 위해서는 모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대학생 멘토를 선발해 중도입국자녀가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초학습과 상담, 학부모들을 위한 가정통신문 번역 등 학생이 최대한 한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며, 다문화가정 학생이 많이 재학하는 지역에서는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교육과정 운영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한 예로 다문화가정 중학생 학습멘토로 나선 KAIST 학생들로 구성된 ‘시드’ 동아리 회원들은 자신이 맡은 과목에 대해 영상을 제작하고 직접 편집하는 열의를 보이며,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20여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시드 동아리 회원들은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SNS에 올라오는 질문에도 시간이 되는대로 대답하며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중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언니로서의 멘토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중학생들이 낙오자 없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운영을 돕는 김상준(카이스트 박사과정)학생은 다문화가정 중학생이 온라인 강의와 형성평가, 숙제문제 풀이, 총괄평가 등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도록 매주 개인별로 확인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과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총괄평가 결과와 숙제풀이 한내용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과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며 “매주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때론 벅차기도 하지만 변화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보람차다”고 말했다.

장성군의 다문화가정 학생들 위한 정책 절실

장성군에서도 장성고등학교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함께 놀이를 통한 건전한 취미생활 개발과 올바른 청소년 모습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멘토제를 실시하고 있다.

장성고등학교 학생들은 한 달에 한번 다문화가정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 10여명과 만나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독서를 하며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따듯한 형과 누나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서로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 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역의 고등학생들도 이렇게 다문화가정 학생에 관한 인식개선과 올바른 청소년의 모습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정작 제도와 규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들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나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장성군 교육청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진학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근거 자료가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장성관내 전체 학교의 다문화가정 학생의 비율을 묻는 질문에도 ‘개인정보’를 문제 삼으며 “공개할 수 없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대학생 멘토제를 지역에서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학을 맞아 군청 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인력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습코칭 도우미로 지원하면 좋겠다”며 “지역에서 자라난 대학생이 군청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것 보다는, 앞으로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가르치고 인연을 맺어 멘토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지역의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점점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되어 가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급증해 앞으로 취업과 저소득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학교를 제대로 졸업은 하는지, 혹은 취업률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히며 “전체 학생들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해 교육과 연구,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어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관한 인식개선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들이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서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다문화가정의 부모교육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나중에 다가올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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