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에 ‘노인의 날’은 없다
가정의 달 5월에 ‘노인의 날’은 없다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7.05.15 10:44
  • 호수 6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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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곡마을회관 공동생활 홈에서 함께 생활하는 박영숙(71)총무와 임금례(83) 할머니

가정의 달 5월, 어린이날·어버이날·부부의 날·근로자의 날·입양의 날·스승의 날·성년의 날, 여기에 가정의 날까지 대부분의 기념일이 모여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노인의 날은 10월에 있다.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 10월 1일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날이 국군의 날과 겹쳐 하루 뒤인 10월 2일로 정했다고 한다.

노인의 날만 소외시키지 말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가정의 달인 5월 중 적당한 날에 노인의 날도 지정하자고 하면, 그렇지 않아도 기념일 많아 경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힘든데 무슨 소리냐고 몰매 맞을지도 모르겠다.

죽을 둥 살둥 살았어도 그때가 좋았다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있다. 농촌에 사는 가난한 부모가 소를 팔아서 마련한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으로, 한때는 대학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그나마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나았다는 이들도 있다. 소 팔고, 땅 팔아 자식을 공부시키면 그 자식이 잘 자라 어엿한 사회인이 됐을 때 부모를 잘 봉양하기도 했으니까.
이제는 우골탑을 넘어 부모 등골을 빼는 등골탑, 혹은 인골탑(人骨塔)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늙은 부모의 봉양이 더 이상 자식들의 당연한 몫이 아닌 요즘, 자신의 노후 대비를 확실히 해놓지 못한 채 경제력을 상실한 힘없는 노인들의 삶은 고달프고 외롭기만 하다.

경로당에 모이는 농촌 노인들, 그마저도 ‘그림의 떡’인 노인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99만5652명, 15세 미만 청소년인구는 691만6147명으로, 고령인구가 청소년 인구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2026년이면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현재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것이 2025년에는 3명이,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015년 정부의 통계 발표에 따르면 혼자 사는 노인이 137만9천 명, 치매노인의 숫자도 61만 명에 달했다. 더구나 빈곤과 외로움으로 자살하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오늘날 농촌 노인들의 생활 패턴은 경로당을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가시설이자 복지시설이며, 특히 여름과 겨울에는 냉·난방 걱정이 없고 식사도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로당에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성군의 경우 경로당으로 지정되면 운영비 매월 6만원, 난방비 1년 70만원, 특별 난방비 30만원(국비, 1~3월, 11~12월), 냉방비 5만원(7~8월), 부식비(매달 인원에 따라 21~27만원)가 지원된다.

1998년 9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통해 마련된 경로당 설치기준은 ▲시설규모-이용정원 10명 이상(읍·면지역) ▲시설기준-화장실, 거실 또는 휴게실을 반드시 1곳씩 갖출 것 ▲설비기준-거실 또는 휴게실 면적 20㎡ 이상 등 크게 세 가지다.

장성군의 자연마을은 476곳, 등록 경로당은 335개소다.

마을 주민들에게 개방된 마루로 된 정자를 뜻하는 모정(茅亭)은 401동이 있으나, 겨울에는 이용이 어려워 비닐로 씌워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로당이 없는 마을의 노인들은 더 큰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어르신들의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 죽을 때도 혼자일까 봐..

어르신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물론 몸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찾는 이,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이 크고, ‘이러다 나 저 세상 갈 때 곁에 아무도 없을 까봐, 죽을 때도 혼자일까 봐 무섭다’고 말한다.

교통이 불편한 의료 사각지대 읍면 지역 중 수요를 파악해 경로당의 기능을 독거노인 공동생활 주거공간으로 전환하는 ‘공동생활 홈’ 시범사업이 시행되기도 했다. 기존 경로당을 증축하거나 리모델링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 위급상황에 대처하고 보다 안정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제때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특히 겨울철 난방비 부담으로 인해 전기 난방기구나 화목 보일러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등 예기치 못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장성군의 경우 2015년 8월, 동화면 안곡마을회관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2014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농촌고령자 공동시설지원사업에 선정돼 기존 1층 건물이던 마을회관을 2층으로 증축하고 마을의 고령 독거노인 3명이 공동생활 홈 방식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혼자 지내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총무를 맡아 마을 대소사를 챙기고 있는 박영숙 씨는 “3명이 지내다 한분이 몸이 좋지 않아 입원했다가 거동이 불편해져 아들이 모시고 가고, 지금은 임ㅇㅇ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며 “무엇보다 외롭지 않아 좋고, 아플 때 서로 살피고 약이라도 사다 줄 수 있으니 혼자 있다가 무슨 일 당할 걱정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2014~15년 시범사업으로 진행되던 농촌고령자 공동시설지원사업은 현재는 일반농촌어촌개발사업 중 기초생활기반확충사업에서 고령자공동이용시설(공동생활홈, 공동급식 등)에 관한 문화·복지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초생활기반확충, 지역소득증대, 지역경관개선, 지역역량강화 등 기능별 사업들은 정규사업으로, 지자체에서 필요 지역이 있는 경우 사업계획을 잘 세워 공모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곡마을 회관 이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이 공동생활 홈으로 바뀐 사례는 없다.

생전장(生前葬), 직접장, 라스텔..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생존해 있는 동안 자신의 장례를 거행하는 의미의 생전장(生前葬)이 일본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2005년 일본의 대형 장례기업 ‘공익사’가 처음 실시한 생전장은 본인의 뜻대로 장례의 내용을 결정하고 생전에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직접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생전장을 택하는 이가 늘어나는 이면에는 고령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자식에게 경제적·정신적인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생전장을 ‘웰다잉(well dying,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행위)’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모된 가족관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전장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의 도심부를 중심으로 직접장이라고 불리는 장례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직장이라고도 불리는 직접장은 별도의 장례식 절차를 생략하고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면 바로 화장을 해 납골당에 안치하는 형태의 간소화된 장례식이다.

직접장례가 늘어나는 이유로 거창한 의식과 고비용이 드는 장례식을 피하자는 의식이 커지고 있는 탓도 있지만, 이것 또한 고령화되는 사회에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도 늘고 있어 사회적, 인적 관계가 줄어들어 단출한 장례식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라스텔’은 65세 이상 인구가 26%를 넘는 초고령화사회인 일본에서 사망자 숫자에 비해 화장시설이 부족해 장례식장에 빈소가 없는 경우 고인과 마지막 밤을 보내며 대기하는 곳으로, 마지막(Last)+호텔(hotel)을 조합한 단어다.

또한 일본을 무장(無葬)사회라고도 하는데, 이는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의 경우 급작스러운 사망 때 임종을 지키고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생전에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자식들이 부모의 죽음을 외면하는 경우나 혼자 살다 사망해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는 경우 지자체가 장례를 대신 치러주는 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한국은 고령화사회, 장성은 초고령사회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1%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1%를 차지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2020년이면 노인인구의 비율이 14%를 넘어서서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의 고령화 속도로 비추어볼 때 2045년에는 전체인구의 평균 연령이 50세에 달할 것이라고 예견도 나오고 있다.

고령화사회는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 생기는 선진국형 사회이지만 빈곤·질병·고독감 등의 노인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변하는데 상당 기간이 걸려 그에 대한 준비도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한국의 경우 성장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고령화사회가 이루어져 고령사회로 가는 데 2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고령화와 함께 ‘나 홀로 가구’도 급증하는 추세다. 1인 가구 비율이 25%를 넘어섰으며, 고령화와 나 홀로 가구의 급증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가족을 해체시키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국가적으로 급격한 변화에 따른 해결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농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올 4월 말 기준 장성군의 65세 이상 인구는 12,628명(외국인 제외)이다. 이는 총인구수 45,907명의 27%에 달해 초고령화사회에 해당한다. 50세에서 64세 인구는 10,982명이다. 50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장성군은 ‘실버복지 1번지’를 내세우며 다양한 노인복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 전남 최초로 150세대 규모의 공공실버주택을 유치하고, 작년 6월 전남 서북부 행복생활권 치매전문 거점센터가 문을 열면서 장성공립노인요양병원과 함께 수준 높은 의료 인프라를 구축했다.

효도권 이용처 확대, 토방 낮추기 사업 등도 좋은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노인문제는 단순히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모두가 직면할 미래의 현실임을 깨닫고, 노인복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더욱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작년 10월에는 ‘장성군 고독사 지킴이단’이 출범했다. 빈곤 및 질병, 가족관계 단절로 인한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이들이 홀로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에서 소외된 미 신고 경로당이나, 그마저도 없는 자연마을 노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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