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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를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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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호] 2017년 05월 01일 (월) 19:34:29 문틈시인 시민기자 webmaster@jsnews.co.kr
온 산에 진달래꽃이 피어 있는 날, 어머니 와 함께 형제들과 사촌형제들, 조상님들이 영면하고 계시는 선산으로 시제를 모시러 갔다. 떡과 과일과 술 같은 제상에 올릴 음 식들을 간단히 준비했다. 선산에는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6대조까지 모셔 져 있다. 가장 윗대 조부터 묘소마다 제상 을 차리고 재배를 올리고 마지막에는 아버지 묘소에서 제를 올렸다. 고령이신 어머니는 조상 묘소 앞에서 “이 할아버지 형제는 다섯인데 동생 분들 은 어디서 무엇을 했고, 어디에 모셔져 있고, 이분 자손들은 지금 어디서 살고 있고” 마치 화수도에 그려진 핏줄의 흐름을 외다시피 우리에게 한 분씩 이야기를 들 려 주셨다. 새삼스럽게 내가 조상 대대로 이어오는 긴 핏줄의 한 흐름에 생명을 잇대고 있다는 것이 신비하고 장엄하기까지 한 느낌이 들었다. 저 세상으로 가신 조상님들을 기리는 제를 지내는 일은 우리가 오랜 기간 해온 조상숭배 풍습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오랜만 에 시제에 참례했다. 이제 나이 들어 젊었을 적에 먹고 사느라 바쁘게 지낸 시절을 보내고 나서야 조상을 생각해보게 된 것이 다. 불효 자손이 따로 없다. 묘들은 그새 많이 허물어져 있었고, 온통 쑥들이 덮고 있다. 시간이 그렇게도 빨리 흘러갔음이라. 태어나고 죽고 또 태어나고……. 조상님들의 핏줄을 거슬러 계속 올라가면 어디까지 가 게 될까. 이 지상의 산과 들에는 옛날 조상님들의 뼈와 살이 묻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즈워드가 “우리 집 바람벽은 선조들의 살”이라고 한 그 시가 떠오른다. 그런 마음으로 산을 보고 들을 보았다. 내가 여기 있게 된 필연에는 그야말로 이 하늘과 이 땅 의 거대한 합작이 필요했던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아버지 묘소 옆에는 훗날 어머니를 모시려고 미리 써둔 가묘가 있다. 어머니와 함께 그 가묘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무어라 형용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마치 장차 이사 갈 집을 보듯 태연한 표정이다. 그저 묘소 자리에 쑥이 성하다며 불평하실 뿐. 연초록 새싹들이 돋아난 잔 나뭇가지를 흔드는 봄날의 바람과 금촉 화살처럼 마구 쏟아지는 햇빛, 봄이 간다고 외치는 애틋한 뻐꾸기 울음소리만 한가로웠다. 어머니에게서 화수도를 얻어 집에 돌아 온 나는 그것을 펴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나뭇가지처럼 이리 저리 퍼져나간 가계도를 더듬어보며 존재의 긴 내력을 돌아보았다. 화수도에는 수많은 매듭들이 있다. 일찍이 이 땅에 살다 가신 조상님들이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낳고 자식들은 또 자식들을 낳고 이런 식으로 갈라지고 퍼져 나간 핏줄의 흐름들. 그런데 나는 화수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들은 보이지 않는다. 화수도는 그러니까 아들들의 가계 흐름이다. 하기는 성서 에서도 누구는 누구를 낳고 하는 대목에서 어머니들은 언급되지 않는다.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까지 새겨 넣기에는 화수도가 너무 복잡해져서가 아 닐 것이다. 성받이를 남자 위주로 하는 오래된 풍습 탓이려니. 이제는 화수도에 모계 의 핏줄도 같이 새겨질 때가 되지 않았을 까. 만일 모계사회였다면 이 화수도는 완전 히 달라졌을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산을 오르거나 산책을 함께하는 중학교 때 내 친구는 그의 할머니가 바로 내 할머니의 동생이다. 그의 성씨는 박(朴)씨이지만 모 계사회였더라면 그와 나는 성씨도 같고 훨씬 가까운 친척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흔히 친척이라고 하는 것은 알 고 보면 반쪽 친척인 것이다. 어릴 적 슈바이처, 사르트르를 읽을 때 그들의 가계가 소개된 글을 읽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친 가는 물론 외가쪽의 가계도 같이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 쪽만 소개하는 것이 보통인데 말이다. 어쨌든 우리는 핏줄을 중시한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저 먼 고대 시대 우리와 같은 핏줄이었다고 하는 몽골 사람들도 족 보를 대단히 중시하고 족외혼이 엄히 시행 된다. 몽골에서는 ‘7대 조상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숲 속의 원숭이와 같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조상을 모르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것이다. 조상 숭배의 풍습이 매우 강 한 민족이다. 이 같은 핏줄 의식은 때로 배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가문을 지켜내는 목표가 되어 대를 이어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어릴 적에 허투루 사는 사람 을 가리켜 ‘근본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근본이 바로 가문의 전통과 위엄을 말하는 것일 터다. 생물학적으로만 본다면 핏줄은 너나가 다를 바가 없다. 어느 특정 성씨의 피에 그 성씨의 피가 흐르는 것은 불과 너댓 대를 지나면 다 섞여버려 가려내는 것이 의미 없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떠받치는 가문 의식이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다 사라져 가고 선산에만 남아 있는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이 나라, 이 민족의 아득한 처음을 생각한다. 나라를 연 조상들의 핏줄을 생각 한다. 그리고 그 조상들에게 부끄럼 없는 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시제에 갔다 와서 든 상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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