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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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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호] 2017년 04월 10일 (월) 09:35:14 문틈시인 시민기자 webmaster@jsnews.co.kr

길섶에 작은 꽃들이 피어 있다. 하얀 꽃잎이 여섯 가닥으로 펼쳐진 아주 작은 꽃이다. 꽃 중심에는 노란 점박이를 한 수술들이 동그란 모양을 한 채 모여 있다. 꽃 이름을 알지 못한다. 나는 발길을 멈추고 쭈그리고 앉아 무슨 말이라도 걸 것처럼 봄바람에 일제히 움직이는 이 작은 꽃들을 바라본다.

네 이름이 무어냐고 물어보고 싶다. 하나 만일 내가 이 꽃의 이름을 알아 부른다면 꽃은 수줍어서 내 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말 것 같다. 무어라고 이름을 붙여주기에도 너무나 작은 꽃이 존재감을 지키며 무더기로 모여 꽃빛을 발하고 있다. 대단한 꽃들이라고 나는 추켜세운다.

내 시력으로 겨우 꽃의 테두리를 붙잡을 수 있는 작은 꽃, 이 이름 모를 꽃들에 합당한 영광이 있기를 나는 바란다. 작은 꽃이라고 해서 꽃의 존재감조차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제 화려한 꽃들의 축제가 벌어질 것이다.

이 작은 꽃에 비하면 더 크고 빛깔이 찬란한 꽃들, 진달래, 철쭉, 목련, 벚꽃, 장미 같은 가장무도회에 나올 법한 갖가지 얼굴 장식 같은 꽃들이 피어서 아름다움을 뽐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작은 꽃에서 눈길을 거두리 않으련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눈길을 더 던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잘 보지 않고 무시하고 폄하하는 그런 사람이나 사물들에게 깊은 생각을 보내는 것이다. 진선미의 가치를 다수결로 규정할 수 없듯이 모든 존재는 그것에 맞는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나는 고집한다.

만물은 동등하다. 그래서 항아리가 간장종지에게 위세를 부리는 것 같은 세상 법칙을 불만스럽게 여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의 무게는 같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 작은 꽃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 부러 작은 개미 같은 것이 되어 꽃과 벗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작은 꽃을 마주하는 순간 벌써 친구가 되어버렸다. 굳은 땅을 헤치고 푸른 싹이 돋고 그 푸른 싹이 연약한 꽃대를 올리고 그 끄트머리에 작은 꽃을 피워 올리다니. 이 작은 꽃이 이루어 놓은 길쌈을 무어라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천지창조의 마법에 버금갈 경이를 이 작은 꽃에서 목도한다. 그것은 단언하건대 감동이다. 작은 꽃은 경이와 감동의 발신지이다.

작은 꽃은 새 봄날에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 내내 땅 속에서 얼마나 지극한 인내를 해야 했을까. 얼마나 절실한 소망을 흐트러지지 않게 깊이 간직해왔을까. 우주가 처음 빅뱅으로 시작했다면 이 작은 꽃도 그의 세계를 펼치기 위해 꽃잎을 터뜨리는 빅뱅을 감행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까.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꽃들은 몸을 떨 듯이 그렇게 일제히 흔들린다. 나도 그만큼 흔들리는 느낌이다. 나는 작은 꽃과 마주한 채 이름이 없는 꽃들, 이름을 남기지 않는 꽃들을 생각한다. 그 작은 꽃들 사이에 숨어 들어가 그 꽃들을 찬양하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있다. 나 자신 또한 그러기를 바란다. 이 작은 꽃도 그러하다. 나는 허리를 펴고 일어서면서 일순 꽃들이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저 여기 있어요. 저 여기 있어요. 작은 꽃을 보며 내가 여기 있음에 무한히 감사를 느낀다.

어릴 적에 사람은 죽어서 명예를 남긴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나는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이름없음에 숭고함을 느낀다. 이 작은 꽃에서 무명의 아름다움을 본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거들떠보지 않아도 작은 꽃은 생명 그대로 충분히 존재의 이유를 가진다. 그렇게 꽃은 제 할 일을 다 하고 질 것이다. 시간을 움켜쥔 작은 꽃에게 내 마음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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