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가는 아이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가는 아이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7.02.13 10:36
  • 호수 6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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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은 설날보다 오히려 즐거운 놀이와 이야기 거리가 많았다. 깡통에 구멍을 뚫 고, 철사로 줄을 만들어 솔방울이나 관솔을 넣고 불을 피워 돌리다가 나무가 다 타서 숯이 되어갈 무렵에 깡통을 하늘 높이 던지면 마치 불꽃이 땅으로 떨어지듯 장관을 이룬다.

들판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쥐불놀이를 격려해 주었다. 쥐불 놀이는 논둑에 숨어있는 병해충과 쥐를 잡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동네 아이들이 앞마을 아이들과 투석놀이를 할 때는 대부분 개울이나 도로가 경계가 되 었고, 투석놀이에서 이긴 동네 아이들은 다음해 보름날까지 승리를 자랑하고 다녔다.

그렇게 쥐불놀이와 투석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사내아이들은 잠을 자다가 이불에 지도를 그리기 일쑤였는데 다음날 아침에 머리에 키를 쓰고 동네를 다니며 소금을 얻으러 다녀야 했다. 왜 키를 쓰고, 소금을 얻게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환갑이 지난 어른들은 아 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농촌진흥청은 정월에 벼 줄무늬잎마름병, 애 멸구 방제를 위해 모내기 전에 꼭 논밭두렁에 불을 지를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산림청에서는 산불 발생이 어린이 들의 쥐불놀이와 논밭두렁 태우기에서 발생한다며 이를 삼가 하도록 하였다. 결국 1980년 대에 이르러서는 산불방지를 위해 쥐불놀이를 금지하였고, 우리의 세시풍속의 하나였던 쥐불놀이를 보기 어렵게 되었다.

정월 대보름은 상원(上元)이라고 하고, 음력 7월 15일을 중원(中元), 10월 15일을 하원 (下元)이라고 하는데 대보름은 하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월대보름은 달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성들은 정월보름날 밤에 치마를 걷고 배를 달에 비추어 기운을 받으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속설도 전했다.

남성은 양의 기운이 응축되어있는 해를 닮아 중양절인 음력 9월9일 낮에 바위 위에 올 라 바지를 내리고 햇빛을 쏘이면 남성의 기운이 강해진다고 하는 속설과 비슷하다.
 
대보름의 달은 1년의 운세를 점치기도 하였는데 1년 중에 가장 밝은 대보름의 달빛이 어둠과 질병, 재난을 막아주는 상징이었다. 설날은 가족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고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날이고, 대보름날은 마을의 명절로 줄다리기, 다리밟기, 투석놀이 등 집 단의 이익과 단합을 도모하는 날이었다.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사가라’하며 더위를 팔고, 귀밝이술을 나누어 마시고, 부 럼을 깨물던 우리의 세시풍속은 이제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하필 정월대보름날 무렵인 2월14일이 국적도 불분명한 발렌타인데이라고 한다. 초콜릿 회사뿐 아니라 제과점에서도 수 백 가지 초콜릿 상품을 내놓았고, 화장품이나 장 신구 등도 적지 않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발렌타인데이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연인들이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날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이 성행하면서 최근에는 선물의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의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한국인의 혼과 얼 그리고 전통을 지켜가는 것 으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와 전통이 점차 사 라져가고, 그와 함께 우리의 가치와 정신도 죽어가고 있다.

농경사회, 대가족제도에서의 문화가 산업화 사회 핵가족 사회에서 지속되기 어려운 것 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야말로 우리의 소중한 가치다.

문화는 관광자원이 되기도 하고, 구성원들을 하나로 만드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우리 의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정부 뿐 아니라 지역사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도 소 홀히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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