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고가, 호미로 막아도 되는 것을 가래로 막나?
청운고가, 호미로 막아도 되는 것을 가래로 막나?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6.12.05 09:19
  • 호수 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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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심의 때 언급 안한 교좌장치 교체비용 ‘6억’
정밀점검·실시설계도 하기 전에 ‘사업비는 30억’ 내정
‘D등급이면 지원 받는다’했는데, C등급..대부분 군비

교량 상판 파손으로 정밀안전진단 및 실시설계용역을 거친 뒤 진행 중인 ‘청운고가 보수·보강 공사’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짜 맞추기 공사’라는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 2황룡교 재 가설, 공설운동장 건립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굵직한 토목 사업들이 연이어 계획되고 있는 가운데, 청운고가 보수·보강공사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들을 짚어봤다. / 편집자 주

작년 말 의회 예결위서 상판보수에만 30억 요구

1989년 11월 30일 준공된 청운고가는 지난 2008년 12억 원을 들여 신축이음교체, 교좌장치 보수, 중성화 방지 등의 보수·보강 공사를 한 바 있다.

이때 교좌장치 전체(170개)에 대한 보수비용은 50만 9천원, 신축이음장치 일부(7곳) 보수비용은 5천만 원, 교각 및 교대 전체 보강비용 3억여 원, 중성화 방지를 위한 콘크리트 표면 도장 비용 5억여 원 등이다.

올 초 실시한 난간정비공사(사업비 5억 원)를 제외하고 8년 만에 다시 시행되고 있는 청운고가 보수보강공사 총 공사비는 31억5천4백3십3만원, 순공사원가는 22억8천팔백만 원 가량이다.

이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공사는 교면 포장과 교좌장치 교체 부분으로, 각각 6억 8천 만 원과 6억 2천만 원이다.

그런데 작년 12월에 있었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에서 청운고가와 관련해 보수비가 계속 소요되는 것과 관련해 군 관계자는 ‘진단 결과 2008년 공사한 부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고 (현재 하려는 부분은) 상판에 관한 부분이다’고 설명했을 뿐, 사업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교좌장치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또한 2008년 신축이음장치 일부 보수비용이 5천만 원이었는데 이번 공사에서 신축이음장치 전부를 교체하는 비용이 4천 7백만 원으로 책정된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성 평가 용역’에서 공사비 산출? 업계 관계자 ‘그런 경우 없어’

의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공사의 진행 상황을 보면, 안전성 평가 용역은 2015년 6~8월, 정밀점검용역은 2015년 12월 29일~2016년 3월 9일, 공법 및 자재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사비를 산정하는 실시설계용역은 2016년 3월 7일부터 4월 11일까지 실시됐다.

그런데 군에서 작성한 ‘청운고가 보수·보강공사 추진현황’에 따르면 예산 30억 원은 2015년 12월 중순 제 3차 예결위에서 이미 확보가 된 것으로 명시돼 있다. 안전성 평가 용역만으로 공사비 30억을 산출한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성 평가는 말 그대로 구조물의 안전도를 측정하는 정기검사 의 성격을 가지며, 안전성 평가 용역 업체에서 공사비를 산정하거나 발주기관에서 공사비 산출을 요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안전성 평가 용역 결과를 보면 ‘내하력 평가에 의한 안전성 평가 결과 안전율(SF)은 1.0 이상으로서 안전성평가 결과는 “A”에 해당됨’, ‘교량 상판이 국부적으로 파손(천공)되어 정확한 노후 진행상태 및 보수규모 판단을 위해 정밀안전진단 용역 실시 요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정도의 개략적인 평가로 공사비를 산정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군 관계자는 “안전성 평가 용역 업체가 제시한 1~3안 중 개략공사비가 31억 8천만 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제시한 2안(바닥판 재시공, 교면 LMC포장, 성토부 아스콘 포장)을 참고로 사업비를 산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밀안전진단과 실시설계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사업비 30억 원이 수립되고, 애초 계획했던 바닥판 및 교면 공사 외에 실제 공정에 교좌장치 및 하부 공사가 대거 포함된 것을 두고 ‘짜 맞추기 공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D등급으로 지원받겠다? 결과는 C등급, 사업비 대부분 군비

청운고가 공사비로 인한 2016년 예산 증액에 대해 군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들으니 청운고가의 경우 D등급 이상의 판정이 나온다는 의견이 있었고, D등급 판정을 받아야만 정부 사업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정밀진단하면서 그 부분도 같이 검토할 생각이다”며 “이 30억은 어떤 형태로든 고가를 손대야 하기 때문에 확보를 해 주셔야 할 것 같다”고 예결위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밀점검용역을 통한 시설물의 상태평가 및 안전등급 지정에서 청운고가는 ‘주요 부재에 보수가 필요하거나 보조부재에 간단한 보강을 실시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보통의 상태인 교량’으로 판단돼 C(보통) 등급을 받았다.

군 관계자는 “작년 12월 특별교부세 5억 원을 받았다”고 했지만, 나머지 사업비 대부분은 군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관리 안 해 문제 키웠다’ 지적도 있어

애초 청운고가의 설계 하중은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거, 2등급인 DB- 18(32.4t), 즉 15톤 덤프트럭 이하의 차량만 짐을 싣고 통행할 수 있는 구조물이다.

그러나 청운고가를 이용하는 대형트럭이나 레미콘 관련 차량들의 과적이나 차량 하중에 관한 단속이나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교량이 망가지는 속도가 빨라진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레미콘 업체와 화물차 회사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워낙 차량 통행이 잦은 구간이라 제대로 관리가 안됐다”고 말했다.

교량의 노후화 원인으로 지적된 과적 단속이나 통행량 조사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그동안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안전진단 이후 ‘24톤 이상 차량 통제 제한’ 표지판을 세웠지만,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안전이 최우선, 그러나 호미로도 될 걸 가래로 막을 필요 있나

정밀점검용역 결과 보고서의 점검 현황을 보면, ‘중대결함’은 ‘없음’으로, 점검 주요 결과로는  ‘청운고가에 대한 정밀점검 결과 구조물의 내구성 및 안전성은 확보된 것으로 평가되었으므로 정밀안전진단 및 사용제한 여부 등의 조치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교면포장 및 바닥판 하면에 펀칭파괴 추정 구간이 조사되었고, 난간 부식 및 파손, 배수시설 열화, 신축이음 누수, 거더 단부 파손, 받침장치(교좌) 부식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수 및 지속적인 주의관찰이 필요하다’고 돼있다.

따지고 보면 ‘내구성 및 안전성은 확보된 특별한 문제가 없는 보통의 교량’인 청운고가의 ‘보수’하면 되는 구조물들까지 전부 교체하느라 예산이 껑충 뛰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도 먹고 살기 어려운 요즘, 계속되는 대규모 토목 사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주민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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