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마을을 아시나요?
서재마을을 아시나요?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6.11.28 10:29
  • 호수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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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이 모두 한 가족처럼 지내는 마을

삼서면 소재지에서 동쪽으로 6km떨어진 서재마을은 현재 사람이 7명밖에 남지 않은 마을로, 아직도 40년 전 만들어진 협소한 도로와 60여년을 거뜬히 버텨온 집, 150년의 수령이 넘는 당산나무까지 옛 모습을 고스라니 간직하고 있었다.

서재마을은 랑월산 동쪽에 자리 잡은 남향마을로 마을에서 약 60여 년간을 살아온 김금순(83) 할머니는 “옛날에는 여름에 낮에 밥을 먹고 쉬려고 모정에 가면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았지”라며 지난날을 기억했다.

현재는 마을에 7명밖에 살지 않는데다 다들 나이든 사람들만 살고 있어서 혼자서도 해낼 만큼의 농사만 짓고 있으나, 옛날에는 일손이 부족해 서로의 품앗이가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고 모내기를 시작하면 한 달은 기본이었다고 한다.

김금순 씨는 “마을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거나 하는 사람도 없었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왜 그렇게 일만 하고 살았나 싶어. 모내기는 지금 생각해도 징글징글해. 워낙에 힘이 들었어야지. 우리 마을은 그 흔한 윷놀이도 많이 안했어. 마을 모정 근처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그걸 움직이거나 들어보고 노는 게 전부였어. 지금은 그 바위도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순씨의 말처럼 마을 사람들은 벼농사와 밭농사를 기본적으로 지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베를 짜고, 나무를 하고, 불을 때 밥을 먹고 방을 덥혀야 했으며, 소를 비롯한 각종 짐승을 키우고 살아야 했으니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놀 시간이 없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을이 큰 도로에서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어 잘 보이지 않는데다, 인근에 학교도 없어 근처의 임곡과 사창 중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학교나 장을 가려면 기본적으로 한 시간씩은 걸어 다녀야 했고, 그 길이 험해 기본적으로 3번은 쉬었다 가야 했으니 고생이 많았을 것 이지만 김씨는 “안 그러면 방법이 없는데 어째? 그러니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살았지. 지금은 좋은 세상이여”라며 미소 지었다.

이제 마을에 남은 김금순 할머니의 친구는 2명, 나이도, 결혼한 시기도, 마을에 들어온 시기도 대부분 비슷했던 친구들이 여럿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이사를 갔거나 나이가 들어 병환의 이유로 마을을 떠났다.

김 할머니는 “시집을 오면서 마을로 이사를 왔는데 그때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지. 근데 그러면 뭐해, 그때는 각자 자기 집 생활에 바빠서 이야기도 잘 못하고 누가 누군지도 잘 몰랐어. 나이가 들고 나니까 여유도 생기고, 시대도 변하고 했는데 이제는 친구들이 한두 명 밖에 안 남았더라고. 어떻게 보면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는 참 고마운 친구들이지”라고 말했다.

 마을에 나이든 사람들 밖에 없어서 일을 봐줄 사람이 없고, 남자들도 많지 않아 간단한 작업도 외부의 손을 빌려야 하는 상황인 서재마을은, 당장 가로등이 고장나있어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김 할머니는 “마을에 가로등 고장 났는데, 젊은 사람이 없고, 남자들도 많지 않다보니 누가 나서서 고쳐주질 않아. 불편 하긴 하지만 사람이 얼마 살지도 않으니 말을 해줄 사람이 없지. 그런 거 빼면 딱히 불만은 없어”라며 밝게 웃었다.

이어 그는 이야기도중 갑자기 찾아온 고양이를 보며, 이웃들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풀어놓고 기르다보니 언젠가 부터는 이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영특하게도 마을사람들을 알아보고 짖거나 울지 않는다며 “우리 마을에 개나 고양이가 모든 집을 다 돌아다니며 사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집에 잘 오는 고양이가 있어. 우리가 기르는 것은 아닌데 아침마다 우리 집에 와서 놀더라고. 그런걸 보면 짐승들은 모든 집이 다 자기 집인 줄 아는 것 같고, 마을 사람은 다 자기 주인하고 비슷한 사람쯤으로 생각하나봐” 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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