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되풀이 되고 있는, 길 잃은 주민참여 예산
9년째 되풀이 되고 있는, 길 잃은 주민참여 예산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6.09.26 09:09
  • 호수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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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이야기 듣기는 하지만 행정이 먼저



장성군이 2017년 예산편성을 앞두고 지난 19일부터 4일 동안 11개 읍면사무소를 순회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2017년 주민참여예산 설명회’를 추진했다.

주민참여예산 설명회(이하 설명회)는 예산편성단계부터 주민의 참여를 통해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해당 읍·면 주민들의 건의사항이나 현안들을 청취하며 현장구두접수와 서면접수를 병행하는 것으로, 장성군에서는 지난 2007년에 도입해 실시되어왔다.

하지만 약 10년이 다되어 가는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진정으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며 색다른 변화를 가져옴으로 인해 더 나은 삶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19일, 설명회가 열렸던 A 지역은 설명회의 순서에 따라 건의사항을 말하는 시간이 되자, 너도나도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며 앞을 다투어 건의사항들을 쏟아냈다.

이야기는 70%가 도로, 하천, 수로정비에 관한 건의사항이었다.

다른 지역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11개 지역을 돌며 건의사항을 청취했지만 설명회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마을 이장단 이었고, 건의사항은 고질적인 문제들로 “여름과 겨울이면 하천과 도로에서 문제가 있으며, 지난 17일에 내린 비로 인해 하천과 수로들의 물이 논으로 범람해 피해가 발생했으니, 하천 또는 수로를 정비하거나 도로를 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에 장성군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로(또는 수로)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은 뒤, 길이가 길거나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면 “다 같이 나누어 써야 하는 예산이니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은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관련실과에 이야기해서 현장을 나가보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역의 주민들은 “물론 실제적인 조취가 들어간 사업들도 있었고,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사업도 있었다. 이해할 수 있고 우리도 무작정 사업을 진행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도 어쨌든 시급한 현안을 말한 것이니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에 신경을 써달라는 것인데 그나마 신경을 쓰는 몇몇 공무원들도 발령이 나면 다시 도루묵이 되고, 그러다보니 매해 똑같은 건의를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참여 예산은 세금을 내는 이들도 주민이고, 세금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이들 역시 주민이기 때문에
예산의 주체들이 예산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주민참여와 주민의사가 반영되는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집행부의 의지에 비해 지금까지 보여지는 현실은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주민의 요구보다 자치단체의 실정에 맞는 예산편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만큼 공무원들의 의지가 우선한 예산이 편성·집행되어 올수는 있으나, 그러다보니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주민설명회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약 10여 년간 시행해오면서도 주민들은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못했으며, 결국 주민참여 예산편성의 한계를 확인하는 모습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설명회 때 B 지역에서는 설명회에 참여한 주민이 “지역주민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며 행정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나, 군청 관계자는 “그 사정을 다 알고 있고, 군에서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며 “서로 양보하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주민설명회가 그저 불만을 토로하는 장이 되어가고 있으며, 설명회가 말 그대로 단순한 ‘조사’이지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증거이며, 매년 실시하는 인터넷 설문조사 역시 질문의 폭이 너무 넓어 주민들의 다양하고 세부적인 요구를 담아내기는 역부족 이라는 평가다.

최근 장성군은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 3년간 주민 요구 반영 비율이 사업건수 기준 2014년 20%, 2015년 49.5%, 2016년 42.7%로 각각 나타났으며, 이는 평균 50% 가까운 높은 반영률을 보여 주는 것으로 군 관계자는 주민참여 예산제가 형식적인 행정절차가 아닌 제도의 취지가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앞으로도 반영비율을 높여갈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유두석 장성군수 역시 이번 설명회를 두고 “자치의 주인공은 행정기관이 아닌 주민이다”며 “내년에 군 살림이 알차고 실속 있게 그리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주인 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 달라”고 당부도 했다.

하지만 장성군이 지금처럼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해 단순한 ‘예산에 대한 주민 의견청취’ 정도로 이해하고 진행한다면, 제도가 담고 있는 가치를 충분히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의 핵심은 군정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만이 예산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예산낭비에 대한 군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며 더 많은 군민이 참여해 소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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