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사회'의 아래쪽에서
'격차사회'의 아래쪽에서
  • 문틈시인
  • 승인 2016.06.13 09:07
  • 호수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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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보면 ‘격차사회’라는 말이 정치인들이나 학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마디로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너무 벌어져 있는 사회라는 뜻인가 보다. 이 말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전에도 세계화라는 말이 유행할 때는 20대 80의 사회라는 말이 유행했다. 어느 사회나 국가건 20퍼센트는 잘 살고 80퍼센트는 못 살고 있다는 이론이었다.

최근에는 1대 99의 사회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상위 1퍼센트만 잘 먹고 잘 살고 99퍼센트는 못 먹고 못 살고 있다는 말이다. 표현이야 어떻든 결국 잘 사는 사람은 소수이고, 못사는 사람은 다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어떤 표현이 되었든 간에 이런 사회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말들은 현실 진단으로 나온 말인데 그 대책이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은 듯하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대시위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서민은 살기 어려운데 금융을 주물럭거리는 월가의 금융인들만 배불뚝이로 사는 것을 규탄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젊은 층의 분노 표시였다. 큰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에 대한 미 정부의 정책이 어땠는가는 역시 기억에 없다.

어느 나라나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격차사회가 없는 나라가 없다. 오히려 선진국으로 갈수록 격차사회 현상은 더 심해진다고 한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듣고 보니 중산층 벽이 두터운 선진국의 경우 상위와 하위의 수입이 크게 벌어지는데 다만 하위의 수준이 해가 갈수록 상위에 비해 수입의 상승폭이 상위의 그것에 비해 낮다는 것. 말하자면 상대적 상승폭 저조라고 할까.

한국은 어떠한가. 아직 격차사회라는 말보다는 20대 80의 사회, 1대 99의 사회라는 말이 더 실감나게 들린다. 경제 문외한이 볼 때는 이런 진단들이 다 뭉뚱그려진 사회가 우리 사회가 아닐까싶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경제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우리는 정보화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정보격차는 이미 우려할 수준에 있다.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기 업무나 사업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휴대전화의 가지가지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스마트폰을 다루는 격차뿐 아니라 컴퓨터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격차는 1대 99보다 더하다.

정보를 다루고 생산할 줄 아는 사람은 수입이 큰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비교불가다. 그로 인한 일의 효율성 격차는 말할 것도 없다. 경제적 수입 면에서의 격차가 큰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바다.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 부분이다. 상대적 발탈감이라는 말이 여기에 숨어 있다.

한데 경제적 수입 격차는 그 원인이 사회제도에 있는 것이겠지만 이제는 컴퓨터의 코딩, 프로그램 작성, 휴대폰의 각종 기능 활용 등 쪽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어느 정도 활용해서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접근할 수 있는지에 미래의 격차사회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원시 사회에 살고 있고, 이것 할 줄 아는 사람은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비유해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미국 초등학생 100만명에게 컴퓨터 코딩하는 기술을 가르치라고 지시했다. 초등학생들이 사회인이 되어 있을 때는 그 기술이 없이는 생존에 막대한 어려움에 부닥친다고 본 것이다.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을 넘어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을 양성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컴퓨터 전문가들이나 사회학자들이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질 것이 대부분이라고 경고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공지능을 보면 그 말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문제는 좀 더 분명해졌다. 격차사회를 어찌할 것인가,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좀 회의적이다. 오히려 미래 세대를 위해서 교육을 어찌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대책을 짜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쪽이다. 격차사회의 해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대책은 결국 정보화 시대의 대비라는 것이다.

격차사회는 빈부, 세대, 교육, 건강 등 여러 분야에서 격차감을 느끼는 불평등이 확산되는 사회다. 격차사회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무엇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역, 계층, 세대, 성별, 빈부 간에 낙오자 없이 함께 가는 ‘동행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컴퓨터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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