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여름을 준비한다
봄은 여름을 준비한다
  • 문틈시인
  • 승인 2016.05.16 10:10
  • 호수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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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서 어디로 가는가? 대체 사는 목적이 무엇인가? 우주의 무한대한 존재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 인간 존재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고민을 하던 10대 소년은 나중에 이 같은 철학적인 사유가 결국은 자신의 뇌에서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인식하고 뇌과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신문에서 읽은 어떤 뇌과학자의 이야기다.

그렇다. 모든 생각들은 예컨대 미움이나 사랑, 슬픔, 분노, 그리고 앞서 말한 존재에 대한 풀 수 없는 질문들은 다 뇌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다. 마음이니, 의식이니, 감정이니, 정신이니, 인식이니 하는 모든 것들은 뇌에서 화학물질을 생성시켜 얽히고 설킨 뉴런으로 신호를 보내 일으켜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그래서 뇌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즉, 그 과학자는 뇌에 대한 연구는 곧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로서 결국 그것이 ‘나 자신’을 아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한데 그것뿐일까, 뇌에 대해 연구하면 그 모든 궁극적인 질문들이 해명되는 것일까.

우리 인간 존재의 비밀은 곧 자신의 ‘뇌’에 숨겨져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그 기사를 읽고 요 며칠 의식 전투를 벌였다. 딱 부러진 증거나 논리는 없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 쪽으로 갔다. 이런 생각 역시 그 과학자의 논지에 따르면 뇌가 일으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초신성이 폭발해서 사라지게 되면 주위에 엄청난 중원소를 생성한다고 한다. 그 중원소란 산소, 탄소, 철, 칼슘 같은 우리 인체를 구성한 원소들이라고 한다. 우리 인간의 육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별이 하나 사라질 때 남기고 가는 우주의 잔해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 마음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은 복잡한 뇌작용에 의해서 발현되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것만으로 해명되지 않는다는 쪽에 나는 서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뇌만의 작용일까. ‘내가 누구일까’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그것이 뇌만의 현상일까.

내가 함부로 해본 생각이지만 인간의 그런 의식의 처음 발현은 보다 큰 우주의 작용에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부싯돌을 부딪히면 불꽃이 일어난다. 그 불꽃은 부싯돌의 의식이 아니다. 우리를 탄생케 한 우주의 알지 못하는 법칙에 이미 그런 의식 발현의 씨앗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부싯돌의 불꽃에 의식을 불어넣은 어떤 우주의 작용 같은 것이 인간에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나는 지금 우리 인간은 각자가 하나의 별에 상응하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하나의 인간이 죽으면 별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우주의 한 부분이고, 부분은 마침내 우주라는 전체로 수렴된다.

우리는 죽어서 우주의 일부로 환원되는 것이다. 아무도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인간은 더욱 궁극적인 질문의 답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른다. 지금까지 가까이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다.

탄허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생겨난 것은 반드시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 접시를 예로 들었다. 접시는 언젠가 반드시 깨지게 되어 있다고. 결국 생겨난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어쨌든 위대한 선지식의 말을 옮기지 않더라도 사실은 우리는 이러한 무섭고 차가운 진리 속에서 살고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화려한 봄꽃들이 지고 이제 여름의 징조가 날로 무성해지고 있는 짙푸른 나뭇잎새들에서 ‘우주’를 느끼고 있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장모님은 요양병원의 병상에서 사랑하는 딸도 알아보지 못하고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인간을 이 지상에 보낸 신에게, 우주에게 묻고 싶다. 신이여, 우주여, 이것이 인간입니까? 누가 그랬다.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우리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계속 하게 되면 정신에 병든다고. 그 말은 그런 질문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라는 뜻이었으리라.

가끔 친지들의 별세 소식을 듣는다. 그때마다 애도의 마음과 함께 ‘번개처럼 왔다 가는 인생’을 다시금 생각해보곤 한다. 죽음을 생각하면 마치도 막막한 사막에 홀로 떨어져 있는 것만 같은 절대 고독을 느낀다.
봄은 시방 계절을 여름에게 넘겨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역시 뒤에 넘겨줄 무엇인가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여름을 부르는 푸른 잎새들이 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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