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독거노인은 더 외롭고 자식들은 부담스럽다
어버이날, 독거노인은 더 외롭고 자식들은 부담스럽다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6.05.16 09:17
  • 호수 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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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으로 시작된 어버이날, 부모 마음 헤아리는 날 되야..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의 은혜를 헤아리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모에 대한 효성을 모든 행동의 근본이라 여기고 부모 섬기기에 최선을 다했다.

시대가 변했고, 부모·자식 간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없느니보다 못한 날이고, 자식들에게는 부모의 은혜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버이 날’의 유래와 의미, 요즘 어버이날 풍경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어버이날의 유래>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미국의 한 여성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산소 주위에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카네이션을 심고,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흰 카네이션을 나누어주며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어머니날 행사'를 벌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날 어머님이 살아계시면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경우는 자기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았다.

우리나라는 1956년 '어머니날'을 지정해 행사를 해 오다가 '아버지의 날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자, 1973년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공포되면서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변경했다.

<카네이션, 받기 싫은 선물 1위?>

어버이날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카네이션이 수년째 '어버이날 받기 싫은 선물 1위'로 꼽히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상천외한 어버이날 문구'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꽃으로 퉁 칠 생각 하지 마라'는 문장이 올라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물론 어버이날을 겨냥해 꽃(카네이션)과 함께 다양한 선물 등을 판매하려는 재치 있는(?) 광고 문구지만, 자식들이 성의 없이 의무적으로 사오는 카네이션과,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부모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40대 이상의 카네이션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어버이날을 챙겨야 하는 어버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에는 비누, 향초, 디퓨저, 볼펜 등으로 활용이 가능한 이색 카네이션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요즘은 금방 시들어 효용 가치가 낮은 생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조화 카네이션 수요도 증가 추세다.

카네이션은 모성애의 상징으로 꽃말은 ‘모정, 사랑, 감사, 존경’이다. 어찌됐든 어버이날 붉은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는 의미는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거노인, 어버이날 더 쓸쓸>

전국의 독거노인이 매년 증가하면서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독거노인 수가 137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최근 5년 간 독거노인 인구가 감소한 지역은 전국에서 한 곳도 없었다. 그 중 전남이 전체 노인 인구 대비 독거노인 비율이 31%로 가장 높았다. 장성군의 65세 이상 1인 가구는 지난 4월 말 기준 4166명이다.

배우자 없이 혼자 생활하며, 찾아올 자식조차 없는 노인들에게는 어버이날이 더 쓸쓸하다. 바깥은 시끌벅적 자식, 손주들이 부모를 찾아와 안부를 묻고, 선물도 주고, 식사도 하는 것 같은데 챙겨주는 이 없는 노인은 혼자라는 것이 몇 배나 더 실감이 난다.

‘노인 문제는 더 이상 개인과 가정의 책임으로만 떠밀어선 안 되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지만, 독거노인 비율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어버이날을 외롭지 않게 보내는 일이 어떤 이들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단체나 관청에서 노인들을 모셔놓고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조금 더 나아가 시골 동네 작은 학교에서는 마을과 학교가 손을 맞잡고 운동회를 열기도 하고, 서투른 공연으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얼마 전 장성 월평초등학교와 진원초등학교 운동회에 마을 할머니들이 함께 참여해, 게임도 하고 학교에서 준비한 떡과 음료수를 나눠 드시기도 했다. 아이들도 동네 할머니들과 노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할머니들도 모처럼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농촌 사회에서 학교는 마을에 오랫동안 뿌리 내리고 있는 소통의 중심으로, 마을 어르신들은 그 학교 출신이거나, 자식·손자도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될 수도 있다. 학교 행사는 학부모 뿐 아니라 선후배가 함께하는 마을 잔치가 될 수도, 홀로 남은 어르신에게는 그 날 하루만큼은 모두가 내 아들, 딸, 손주인 것처럼 함께 웃고 즐길 수도 있는 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부모도 중요하지만 내 부모의 이웃이자 친구인 외로운 노인들을 함께 챙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경로당, 잘사는 자식 있어야 가는 곳?>

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생활하는 삼서면 최 할머니는 평소에는 마을 회관에서 점심도 먹고, 재미삼아 화투도 치고, 삼삼오오 텃밭 풀 뽑기 품앗이도 하면서 지내지만, 어버이날을 전후한 기간에는 회관에 잘 가지 않는다.

“아들 둘, 딸 하나가 시집, 장가는 다 갔는데 먹고 살기 어려운 걸 뻔히 아니까 내 생일에만 오고 어버이날에는 오지 말라고 해. 어버이날이 가까워지면 다른 자식들은 회관으로 고기며, 쌀이며, 과일 같은 걸 많이 사서 보내더라고. 우리 애들은 그런 신경 못쓰니까 내가 그냥 회관을 안가. 내놓지는 않고 먹기만 하면 미안하니까. 꽃구경 가라고 돈을 많이 주는 자식들도 있대. 자식들 공부 많이 못 시켜 부자로 살게 못해준 내 죄가 크지. 누구를 원망하겠어”

부모는 평생 자신의 존재를 뒤로 하고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지만, 부모의 희생과 노력에도 모든 자식들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최 할머니는 외로운 어버이날을 보내야 하지만 “먼저 있을 어린이날에 손자들 장난감 하나라도 사서 택배로 보내야 된다”며 서둘러 폐지와 빈병을 주우러 나가셨다. 어버이날이 지나면 최 할머니는 다시 맘 편히 경로당으로 발걸음을 할 수 있을까.

<가정의 달=돈 나가는 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모여 있어 행사나 챙길 것이 많은 5월은 자연스럽게 지출도 많아지는 부담스러운 달이다. 최근 직장인 7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달(5월) 지출 예상 금액’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평균 36만 원을 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비 침체에도 지난해보다 기념일 지출이 늘었다는 응답이 줄었다는 응답보다 많았고, 응답자의 68% 이상은 가정의 달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중 ‘꼭 챙길 기념일’ 설문에는 응답자의 대다수가 ‘어버이날’을 꼽았다. 그리고 ‘가장 부담스러운 기념일’ 역시 ‘어버이날’ 이었다. 긍정적으로는 부모님께 가장 좋은 것을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고, 약간 비틀어서 보자면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지만 삶이 팍팍하거나 마음이 썩 원치 않아서일 수도 있다.

여기에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한 기업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을 조사했는데 ‘아픈데 없다. 건강하니 걱정마라’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선물 필요 없다. 니들 살림에 보태라’, ‘바쁜데 내려오지 마라’ 순으로 조사됐다. ‘내가 오래 살면 뭐하니. 니들만 고생이지’라는 답변도 나왔다.

자식에게 부담을 줄까봐 아파도 건강하게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하는 것이 부모다. 살기 빠듯한 자식 걱정에 보고 싶은 마음 뒤로 하고 오지 말라고 하는 것도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식들에게 어버이날은 경제적·심적 부담을 떨칠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부모로써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자녀들도 늙어가는 부모를 보면서 그런 마음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의 형편에 맞는 가장 좋은 것을 드리려는 마음과, 가정을 꾸렸든 아니든,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부모님이 헛된 인생을 살지 않았음을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기기 다하여라>

시경(詩經)의 해설서이자,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고사와 성어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는 고전인 '한시외전'에 다음과 같이 돌아가신 어버이를 생각하는 구절이 나온다.

樹欲靜而風不止 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 자욕양이친부대
나무는 고요히 머물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

고사성어로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고 하며,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를 위해 그만큼의 희생을 했다는 자식들의 이야기는 많지 않다.

카네이션, 상품권, 효도여행, 뭐든 좋지만 부모님이 곁에 계실 때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이 무엇보다 먼저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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