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있으면 행복한 사람
책속에 있으면 행복한 사람
  • 권진영
  • 승인 2016.02.19 15:04
  • 호수 61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성읍 ‘열린서적’ 설계숙 대표

정성읍 ‘열린서적’ 설계숙 대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딸 둘을 낳아 키우며 아내와 엄마로 사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설대표는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큰딸을 보며 ‘서점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역시 소녀 시절 책 읽는 시간이 무엇보다 좋았기에.

 목포에 살며 전업주부로만 10년 넘게 지내온 설계숙(56) 대표는 남편이 장성으로 발령 받아 이사를 하면서 장성댁(?)이 됐다. 1993년, 무슨 용기가 샘솟았는지 서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조언을 얻을까 해서 찾아간 광주 도매상조차 “지금은 서점을 창업할 때가 아니다”며 극구 말렸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고, 자신과 아이들이 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거란 기대만으로도 책방을 차릴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게 전셋집을 줄여 단칸방으로 이사를 하고, 남은 보증금으로 서점을 차렸다. 결과는 적자. 남편이 성실하게 직장을 다녀준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해 코피가 날만큼 닥치는 대로 읽어대는 큰딸과, 책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야무지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작은 딸이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돼 주었다. 경제권을 오롯이 아내에게 넘기고 자상한 남편, 친구 같은 아빠의 자리를 지켜준 남편도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조력자다.

 힘들기보다 재밌었다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도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가족들과,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요즘도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오며 “와, 책 냄새 좋다”고 환하게 웃는 여학생들을 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싶단다. 아이 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큰딸은 변호사로, 꿈 많고 당찬 작은 딸은 여군 장교로, 자타공인 자식농사 잘 지은 설대표는 아이들 손을 잡고 오는 엄마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 형제, 자매간에도 성향이 다른 아이들을 잘 지켜보며, 부모의 욕심이 아니라 아이가 본인의 소질과 기질에 맞는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곁에서 지원해주라고 선배 엄마로서 조심스럽게 조언하기도.

 일반도서보다는 참고서나 자습서를 찾는 학생 손님이 더 많은 ‘열린서적’ 설대표가 처음 책방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이 있다. 게임 잡지나 성인물처럼 아이들에게 유해한 책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것. 학생들 시험기간에는 게임머니로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도 판매하지 않는다. “부모 입장에서 책값이 싼 것만은 아니잖아요. 책 사주는 부모의 마음을 제가 아니까 그 아이들이 바르고 성실하게 공부를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아이들을 먼저 키워 부모 마음, 아이 마음을 모두 아는 그녀가 서점을 다녀가는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엄마 대신 손주를 키우는 한 할머니는 아이 손을 잡고 수년째 서점에 오신다. 엄마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책도 사주고, 공부하는 방법도 묻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얻기 위해서다. 설대표는 꼼꼼하게 이것저것 알려드린다. 할머니의 사랑과 책방 주인의 관심 속에 아이는 밝고 영특하게 잘 자라 이제 중학생이 됐다. 열심히 참고서 사러 다니던 아이들이 졸업하고 타지로 나갔다가 어느 날 찾아와 깜짝 놀라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책 보며 수다 떠는 모습도 자신의 아이들인 양 사랑스럽다.

 혼자 책방을 꾸려가느라 힘에 부친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작년에 퇴직한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 퇴직 직후 한두 달은 같이 있는 시간이 갑자기 많아져 사소한 일로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적응이 안 돼 어색하기도 했다. 그때 전에 읽었던 ‘명함이 있는 노후 30년’처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는 법을 알려줬던 책들이 떠올랐다. 책속에 있는 글귀를 인용해 속에 있는 말을 하면서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았다. 덕분에 요즘은 함께 있는 시간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작년부터는 도서관과 학교에서 지역 서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도서 정가제가 도입되면서 서점 형편이 많이 나아졌다. “돈을 쫓으면 할 수 없는 게 서점이다. 내가 좋아서, 책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해온 일이 벌써 23년이 넘었다는 게 나 자신도 놀랍다”는 설대표는 “어르신들도 가끔 볼만한 책이 있나 해서 가게에 오시는데 공간이 협소해 많이 구비를 못해서 아쉽다.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희망을 얘기한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쫒아갈 수 있을 때까지 ‘정년’은 없다고 말하는 설대표는 책과 더불어 사는 게 행복한 ‘책방 주인’이다.

 장성읍의 유일한 동네 서점 ‘열린서적’은 영천로 장성군청 정문 앞에 위치해 있으며, 전화번호는 (061)392-2542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민대표 2016-02-23 14:39:30
사장님 열심히 일하셔서 돈 많이 버세요...ㅎ그리고 건강하시구요~~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