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점령한 차량 ‘교통약자는 나 몰라라’
인도 점령한 차량 ‘교통약자는 나 몰라라’
  • 기현선 기자
  • 승인 2015.11.06 16:13
  • 호수 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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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중심 영천로, 보행자 통로 차량이 점거
교통흐름 원활하지만 보행자 불편 감수해야
휠체어, 보행보조기구사용자 도로에 내몰려
누구위한 인도인지 생각하고 대안 마련해야

"인도에 올라와 있는 차량들 때문에 길이 좁아 보조기구나 유모차를 끌고 통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달 26일 어린 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영천로에 있는 슈퍼에 볼일이 있어 집을 나선 김(70)씨의 말이다.

이곳에 산 지 수십 년이라는 그는 최근 들어 영천로를 걸을 때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 씨는 "이 근방은 대부분 상가다 보니 주차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불법주차 차량이 많은데다가 우리 군은 인도에 차를 대는 것을 홍보까지 하는 바람에 차량의 절반가량이 인도에 올라와 있다"며 "그렇다 보니 인도가 좁아져 유모차는 물론이거니와 나이든 사람들이 보조기구를 이용해 인도를 걸어 다니는 것도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75)씨 역시 인도를 점거하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 문제를 꼬집었다.

이 씨는 "인도의 낮은 턱에 차가 걸쳐져 있거나, 아예 인도 위에 주차돼 있을 때면 정말 화가 난다. 나이든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에도 주차가 돼 있어 버스가 정차할 곳을 찾지 못해 위험천만한 도로에 노인들을 그냥 내려준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또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보행보조 기구를 든 어른은 지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보조 기구뿐만 아니라 들고 다니는 짐의 부피가 조금만 커도 보행이 불편할 정도로 인도 사정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요즘엔 그냥 도로로 내려가 이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밀고 가다 보면 뒤에서 차들이 지나다니는 것도 위험하고 경적음을 울려대 놀라는 일이 적지 않지만 주차돼 있는 차들을 피해서 갈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다”고 전했다.

▲허울뿐인 주정차 단속 CCTV
영천로는 장성의 중심지로 가장 번화가에 속하는 곳이다. 터미널과 은행, 관공소등이 모두 모여 있으며 상습적으로 차량이 정체되는 곳이어서 이런 정체현상을 해결하고자 지난 2013년 시가지 정비 사업을 통해 4대의 불법 주정차 단속 CCTV를 설치했다.

이후 영천로 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한동안 잘 유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얼마 후 주로 과태료를 부과 하게 되는 차량이 상가 앞에 주차된 차량이다 보니 지역 상인들에게서 “지역경제를 망친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이 시기가 선거철과 맞물리면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향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영천로 근방 상인들에게 주차 단속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 단속 규제를 완화하고 벌금 대신 계도하는 차원으로 초점을 맞추게 됐다.

이 후 자연스럽게 다시 차를 상가 앞에 주차하게 됐고 교통의 흐름에 방해가 되자 이제는 차량을 황색선 안까지 넣어 교통흐름에라도 지장을 주지 말자는 홍보물이 부착되기 시작했다.

분명 불법 주정차인데도 버젓이 군에서 홍보하는 모양새가 돼 버린 것이다.

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 CCTV를 이용한 과태료 부과실적은 한건도 없으며 계도 실적 또한 미미한 상태다. 또한 주·정차 계도 작업을 위한 계도 요원 1명과 모니터링 요원 1명이 있으나 사법권이 없어 사실상 불법 주·정차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행위는 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게 되면 상가 앞에 세워둔 차량들이 주로 단속의 대상이 된다. 그러면 그 상가의 주인이 단속을 나간 모니터링 요원에게 막말을 쏟아내기 일쑤에 지역경제가 망한다고 민원을 넣는다. 그런 민원이 자꾸 이어지다 보니 주차 단속을 할 수가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알다시피 이곳이 장성 최대 번화가라 도로가 2차선임에도 불구,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 때문에 항상 1차선으로 사용됐었다. 하지만 개구리 주차를 허용한 이후 도로는 2차선으로 차량 흐름이 원활해 졌으며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들에게 들어오는 민원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차량을 계도 하는 직원들이 순찰을 돌며 차를 더 인도로 올려 교통의 흐름을 막지 달라고 말하는 실정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 많은 차들이 주차할 곳을 정해주면서 단속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장성읍내에 현재 12개의 공영주차장이 있고 2개를 더 짓고 있지만 차량이 늘어나는 수를 쫒아 갈수가 없다”며 “주차할 곳이 없는데 무작정 차를 빼라고 하거나 견인을 할 수도 없지 않느냐? 현재로서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정확한 교통행정 잣대 마련해야
그러나 군 관계자의 말과 달리 일부 상가에서는 차량을 인도로 올리지 못하도록 자전거나 화분 등을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물건을 사기 위해 상가를 방문하는 차량 외에 상가주인들의 차량이 장기주차를 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의식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며 ”운전자와 상가의 주인들, 그리고 군이 이 문제를 가지고 조금 더 고민하고 협력해 양보하고 배려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성 인근 지자체의 경우 불법주정차의 경우 운전자가 상가를 방문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주고 있다. 인근 광산구 비아동의 경우 상인들의 반발에 20가량의 주차시간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오락가락하는 장성의 교통행정으로 인해 교통약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어 누구를 위해서 만든 인도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며 유모차나 교통약자를 대변하는 차원에서라도 인도 위 불법주차 차량을 단속하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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