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 서로 의지하며 극복”
소위 ‘고물상’이라고 불리는 일반 재활용업체와는 달리 에코그린은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에 등록돼 폐냉장고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전문처리업체다. 폐냉장고는 처리과정에서 프레온가스가 누출되기 때문에 전문장비를 갖춘 등록된 업체만이 처리할 수 있다.
전문처리업체가 전남에 얼마 없는 상황에서 에코그린의 설립은 폐가전제품을 타 지역으로 운반하는 비용이 절감되고 신속한 처리로 주변 환경이 깨끗해 질 것으로 예상돼 환경오염 방지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천명득(60) 대표는 “우리 업체는 삼계면에 소재한 호남리싸이클링센터와 같이 폐가전제품을 처리하는 일을 한다”며 “지난해 11월 공장이 완공됐지만 폐냉장고 처리장비 등이 10억이 넘는 고가이다 보니 아직까지 시험가동 중이다”고 소개했다.장성읍 삼가동 출신 천명득 대표는 호남고속도로 공사로 마을이 없어진 후 장성을 떠나 서울이나 충청도 등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월평초를 졸업한 천 대표는 “30년이 넘는 세월 고향을 떠나 있었다”며, “지난해 다시 돌아왔는데 고향마을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아는 사람도 없고 길도 잘 몰라 물건을 살 때 읍내를 몇 바퀴씩 돈다”고 고향에 돌아온 소회를 말했다.
음향기기를 다루는 일을 해 전자제품에 대한 식견이 있었던 천 대표는 장성으로 돌아오며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폐전자제품 처리업에 도전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공장을 운영해보는 것이 처음이라 모르는게 많다. 일단 시작을 했지만 자금 사정이 안 좋아 많은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저기 다니며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천 대표와 부인 한기자(52) 부부는 둘 다 장애인으로 천 대표 지체3급, 한기자 씨는 척추장애를 가지고 있다. 냉장고나 TV 등 무거운 물건을 다루는 일이라 일반인들에게도 힘들텐데 천 대표 부부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한다.
천 대표는 “무거운 것은 기계가 나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해도 큰 무리가 없다”며 “우리 공장은 직원들도 60대 이상 노인들만 채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젊은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노인들을 고용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공장은 드라이버만 돌릴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지역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인 상황에서 뭔가 도울 일이 없는지 궁리하다가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불편한 몸이지만 아내와 나는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서로 의지하며 항상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기 때문에 지금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밝은 미래가 올 것이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