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2.10.25 19:53
  • 호수 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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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가 보는 세상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이 평원군에게 초(楚)나라에 구원군을 청하기로 했을 때 모수(毛遂)라는 식객이 “나리,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하고 나섰다. 평원군은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 끝이 밖으로 나오듯이 남의 눈에 드러나는 법이오. 그런데 내 집에 온 지 3년이나 된 그대는 단 한 번도 이름이 드러난 일이 없지 않소?” 하고 반문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사자성어의 유래다.
뛰어난 인재는 숨어있어도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는 뜻의 낭중지추는 어떤 사실을 감추려해도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강기훈씨는 1991년 노태우 정권의 인권과 노동 탄압에 항거에 분신자살한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법원에서 징역3년의 형을 받고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21년이 지나서야 대법원에서 재심을 하게 되었다. 지난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치밀한 필적 재감정을 통해 “유서대필이 아니다.”고 밝혔으며 이는 진실화해위원회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2007년 5월 김씨와 강씨의 다른 필적을 추가로 보내 재감정을 의뢰했고, 국과수는 ‘유서의 필적은 김기설씨의 것’이라며 종전의 감정결과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강기훈씨는 구속 수감될 당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될 것이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1991년 이후 자신의 삶이 멈추어 버렸다고 했다.
억울함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그는 지난 여름 간암 수술을 했고, 대법원은 재심에 들어갔다.
민청학련과 인혁당 간첩사건 조작은 대법원에서 이미 사형선고가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국가가 그 유가족에게 배상하도록 판결했지만 죽은 사람들은 다시 돌아올 수가 없게 되었다.
1961년 간첩으로 몰려 사형 당한 심문규씨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무죄를 선고 하면서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현대사의 격동기, 우리 사법체계가 정착 및 성숙되기 전의 일이지만 인권보호의 책임을 가진 사법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재심 재판부는 죄송함과 안타까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진실은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나타나게 되고, 거짓은 감추려 해도 드러나 언젠가는 밝혀지게 마련이다.
인생은 짧다고 하지만 거짓은 감추기 어렵다. 진실 또한 마찬가지다.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넋이 나갔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내게 닥쳐온 모든 일이 전생이든 현생에 쌓은 업보라고 가르치고 있다. 아무리 현실이 업보라고 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다.
화는 불과 같아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도 태워버리는 경우가 있다. 인내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한다.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소인배로 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을 지경에 이르러도 수행자의 마음으로 살겠다는 각오를 놓지 않으려고 했다.
누구나 밥먹고 잠자며 일상으로 사는 삶에서는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 권력이 눈앞에 있고, 돈이 유혹할 때 정의를 잃고,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어떤 음모와 술수가 아니라면 내게 닥친 일은 나의 부덕함과 업보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음모는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 언젠가는 끝을 보이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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