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엔 공중화장실이 없다?
로마엔 공중화장실이 없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2.09.21 10:19
  • 호수 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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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가 보는 세상

지난해 가을 이태리의 수도인 로마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스위스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로마로 가는 도중에 가이드는 로마에선 공중화장실을 찾기 어려우니 가능하면 화장실이 보이면 미리 볼 일을 보라는 것이었다.
공중화장실이 드문 로마에선 기차역에서도 화장실 사용료를 받는 나라다. 물론 백화점이나 대중이 많이 드나드는 대형 건물에서도 화장실 사용하기가 참 어려운 나라가 로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이 도시의 건축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에 화장실을 증축하기 위해서는 정화조를 묻기 위해 땅을 파야하는데 로마에서 땅을 파려면 허가를 받기 위한 시간만 몇 년이 걸린다고 한다.
땅 속에 묻혀있을지 모르는 문화재를 훼손할지 모르기 때문에 땅 속을 조사하고 주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다음에야 겨우 허가가 나온다.
이들의 문화재 보존 정책의 최우선은 가능한 손대지 않고 보존하는 방식이다. 대형 건물의 벽에 낀 검은 먼지마저도 함부로 닦아내지 않는 것이 그들의 문화재 보존 원칙이다.
며칠 전 일본 나라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일본화(동양화)의 전통 채색 방식에 대한 관람을 하며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존과 수리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대부분 사찰의 건축물과 불상, 탑과 부도 그리고 탱화 등 회화 문화재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근대에 수리한 회화문화재와 국보와 보물급 건축물의 단청은 전통 양식을 사용하지 않고 공업용 아교를 쓰고 있어서 50년도 되지 않아 그림이 떨어지고 갈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전통 채색에 사용하는 아교는 소나 사슴의 가죽 또는 살구나무 껍질에서 채취하는 것으로 고려불화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당시의 색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강진 무위사의 벽화나 국보급 건물의 단청을 보수하면서 공업용 아크릴을 사용하여 보수한지 20~30년 만에 그림의 균열과 각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문화재청은 아직도 회화문화재 보수에 전통 기법을 사용하도록 규정하지 않고 있어서 문화재 보수가 오히려 문화재의 심각한 훼손을 불러오고 있다.
일본도 한 때는 공업용 아교인 아크릴을 사용하여 회화문화재를 보수했다가 다시 아크릴을 제거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태리가 문화재의 보존은 가능한 손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훼손이 심각하거나 그대로 방치했을 때는 후세에 전하기 어려운 것만 보수하고 보수 방식도 철저한 전통방법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특히 회화문화재는 함부로 보수하는 것보다 문화재를 모사해서 전하는 방식 등도 권장할 만한 일이다.
나라미술관을 동행한 우리군 황룡면에 거주하는 원광대학교 문화재보존수복연구소장 김범수교수는 “잘못된 보수는 소종한 문화재를 훼손할 뿐 아니라 이를 복원하는데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을 유발한다”며 최소한 보물급 이상의 문화재부터는 철저한 전통방식에 의한 보존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마에 함부로 화장실을 만들지 않는 이태리의 문화정책과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잘못된 문화재 보수를 다시 복원하고 일본이 주는 교훈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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