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절에 피는 벚꽃을 두고 ‘피안앵(彼岸櫻)’이라고 했다. 세상근심을 잊고 극락을 생각하게 하는 꽃이라…. 벚꽃은 실제 그런 힘이 있다. 하늘을 가린 벚꽃길을 걷다보면 속진의 세상을 잠시나마 잊는다. 바람에 꽃잎이 눈처럼 흩어질 땐 마치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 세상에 필 때도 질 때도 다 아름다운 것은 벚꽃과 매화 뿐일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하나인 백양사 벚꽃길은 바로 매표소 앞 옛길이다. 길이는 500m. 벚꽃길은 약간 굽어서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 앞에 걷던 젊은 여행자들이 벚나무에 가렸다가 다시 나타나고, 처마밑 풍경처럼 맑은 목소리가 들리는 이런 봄길을 걷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사진제공 : 장성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