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더위 팔고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날"
"내 더위 팔고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날"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0.03.04 10:07
  • 호수 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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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단위 정월대보름 행사 다채

27일 19시경, 황룡면 민속놀이 한마당.

‘밝음’ 사상을 나타내는 우리 고유명절 정월대보름. 이날은 다섯가지 곡물을 넣은 오곡밥을 먹고 귀밝이 술을 마시며 호두, 땅콩, 잣 등의 부럼을 깨물어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빌었다.

‘내 더위’를 팔아 한 여름에 더위를 극복하고자하는 더위팔기도 이날의 풍속이다. 이날은 대표적으로 쥐불놀이, 줄다리기, 고싸움, 지신밟기를 하며 한해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다.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대보름 행사는 대보름 달빛이 질병과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을 상징한다.

우리 고장에서도 대보름맞이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마을 당산제, 농악놀이,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 풍년을 기원하는 각종 민속놀이 문화행사가 27일과 28일 곳곳의 마을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정월대보름 행사는 마을 단위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인구 감소와 참여율 저조, 의식의 부재 등으로 말미암아 해마다 행사가 축소되거나 아예 명맥이 끊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몇 백년을 이어온 생촌마을의 당산제. 마을의 원로들은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몇 해전만해도 향우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지금은 거주하는 주민들 위주로 조촐하게 행사를 치르고 있다. 보존하고 이어가야 할 무형의 자산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전통을 잇는다는 이념보다는 마을 주민들의 친목도모 차원의 행사가 더 많아지고 있다.

장성읍 청운동, 상오리, 남면 덕성리, 동화면 구산리, 삼서면 청년회, 생촌마을, 도동마을, 북이면 모현리, 북하면 연동마을 월산마을, 신촌마을 등에서도 당산제 및 달집태우기, 농악놀이 등 주민화합의 행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대보름 전날인 27일은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지 않아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 시행됐다. 황룡면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민속놀이 문화한마당이 황룡강변에서 열렸지만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에 때문에 원활한 행사진행이 되지 못했다.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대부분은 비를 피하느라 다리 아래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행사의 절정이랄 수 있는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도 늦은 저녁이 아닌 예정보다 빨리 치러져 그 묘미를 반감시켰다. 황룡면의 김영선 씨는 “그동안 청년회에서 들불축제로 주최를 해오다가 올해 황룡면에서 주최해 처음 열렸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28일 자정, 동화면 구산제.

28일 자정에 열리는 동화면 구산마을의 구산제. 역시 날씨탓인지 예년과 달리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을 열손가락에 꼽을만했다. 하지만 28일 밤에는 화창한 날씨속에 둥그런 대보름달을 맞이할 수 있었다.

몇몇 마을에서는 대보름보다 훨씬 이전에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 백양사와 가인마을에서 주최하는 당산제는 매년 음력 초사흘, 백양사내 일광정 극락교에서 열린다. 이보다 앞선 음력 초이틀 장성군의 최북단인 북하면 강선마을에서도 당산제가 열렸다. 26일에는 문화원 주최 민속놀이 한마당이 군민회관에서 펼쳐졌다.

정월대보름 행사에 누구보다 바쁜 사람들이 또 있다. 6월 2일 있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궂은 날씨도 그들의 행보를 막을 순 없었다. 심지어 한 행사장에 네다섯번 발걸음을 한 출마예정자도 있었다고 하니, 그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해야 할까.

단순한 주민화합이나 친목도모 차원으로 변질해 가는 고유명절 정월대보름에 대해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의식을 함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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