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올해는 우리 마을에 풍년 들것네!”
“아따 올해는 우리 마을에 풍년 들것네!”
  • 오유미 기자
  • 승인 2010.02.18 14:48
  • 호수 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양사와 가인마을 공동주체 당산제

사진: 윤만종 군민기자

가을 단풍은 물론 겨울 설경도 빼어난 백양사 매표소를 지난 곳에 왼쪽 산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하나 뻗어있다. 한봉 단지와 고로쇠로 소문난 가인 마을이 바로 그곳에 오롯이 숨어있어 고찰 답사에 나선 이들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백암산과 사자봉, 가인봉을 잇는 산줄기 밑에 들어선 가인 마을은 16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대부분이 고로쇠와 토종벌을 치고 그 꿀을 받아 내서 외지인들에게 파는 것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가인마을이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정월 초사흗날을 맞아 펼쳐지는 당산제 때문이다. 보통은 음력 1월 15일인 대보름날 당산제가 열리지만 이곳 가인마을이 정월 초 3일에 지내는 것은 백양사 아래에 있는 마을답게 당산제도 절과 밀접과 관계가 맺고 있어 주민들과 스님들이 함께 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당산제가 시작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인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이 백양사 창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산제도 그 시기가 같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산은 외당산과 내당산 두 군데가 있는데 둘 다 백양사 경내에 있다. 외당산은 일광정 근처에 있고 숫당산이라고도 부른다 이날 당산제가 시작되는 일광정 남쪽 30m 거리의 수령 200년 된 느티나무에서 백양사로 들어오는 길(일광정 밑과 꼭두재로 갈라지는 곳)에는 금줄이 쳐져 있어 잡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또 나쁜 것, 부정 탄 것은 접근을 금지 표시인 황토흙은 내당산까지 주먹 주먹 놓여져 있다.

가인마을 당산제는 저녁 일곱 시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되자 마을 사람들은 음식을 한 가지씩 들고 풍물을 앞세우고 외당산으로 간다.

이날 모든 제물은 절에서 준비하고 제주(술)만 마을에서 준비한다. 이때 절에서는 각 암자가 제물을 한가지 씩 준비하는데 운문암은 팥을 놓은 시루떡을, 청류암은 과일을, 천진암은 나물을 담당한다. 또 약사암은 자반, 묘련암은 전(적), 큰 절은 밥을 준비한다.

각 암자에서 온 제물은 석작에 담아 큰절로 운반하여 극락보전에 놓고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제주를 들고 농악을 치며 절로 향한다. 당산나무 밑에 이르면 주민 일부가 남아 화목에 불을 피우고 일부는 제수를 문반하기 위해 절로 간다. 주민들은 절에 도착하여 대웅전에 참배하고 농악을 한마당 치다가 스님들이 내어주는 제물을 가지고  외당산으로 향하는데 그 뒤를 스님, 농악, 주민 순으로 따른다.

외당산 느티나무에는 목신위패가 바람에 나부끼고 그 옆에는 창호지를 바른 등불의 불빛이 참으로 은은하다. 제사의 마지막에는 헌식이라 하여 제상의 음식 일부를 흙 속에 묻는다. 이렇게 하여 외당산의 제가 끝난다.

외당산제가 끝나면 제물을 거두어 굿을 치며 두 번째로 지내는 쌍계루와 극락교 옆 느티나무인 내당산으로 향한다. 500여 년의 연령을 자랑하는 느티나무는 그 당당하고 우람함에 주눅이 들 지경인데 하늘을 떠 바치고 있는 모양이 과연 제삿밥을 얻어먹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당산 제물은 쌍계루에 내려놓고 다시 극락전에 가서 내당산 제물을 운반하여 외당산과 같은 방법으로 제를 지낸다.

날씨가 흐리는지 칠흑 같은 하늘에는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다.  둥그런 쟁반 같은 보름달은 없지만 이곳 당산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올 한해도 건강하고 풍요로운 소박한 소망들을 모닥불처럼 타오르는 뜨거운 가슴으로 빌고 있을 게다.

모든 액은 불에 타고 이제 좋은 일만, 좋은 일만 이 마을에 가득하시라. 이어 풍물가락 흥겹게 다시 온 마을을 흔들고 마을 사람들 어깨춤이 흥겹다. 이어 음복을 하는데 걸게 차린 제상이 한 순간 동이 날 지경이다.

“아따 올해는 우리 마을에 풍년 들 것네!”.


백양사와 가인마을이 합동으로 지내는 이 당산제는 70여년 전 만암 주지스님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가인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당산제를 지내왔는데 당산이 너무 세서 제를 조금만 소홀히 지내도 호랑이 피해를 입던지 또 다른 재앙을 반드시 받기 때문에 주민들이 당산제 지내기를 매우 두려워했다. 이에 만암스님의 주선으로 당산을 옮겨 사찰 주변마을 주민들과 당산제를 지내면서부터는 아무런 재앙이 없었다고 한다.계속되어 오던 당산제가 옛날 성의 있던 노인층이 없어지고, 국립공원 개발로 대부분의 기존농가가 철거되고 상가가 조성되면서 1984년 당산신을 백양사 산신당에 옮겨 모시면서 제를 중단하게 됐다. 그러나 제를 지내지 않으니 주민들 간의 단합이 옛날 같지 않다고 하면서 다시 제를 모시게 되면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