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의 가볼만한 곳] 생명이 들끓는 입암산 여름 숲속
[장성의 가볼만한 곳] 생명이 들끓는 입암산 여름 숲속
  • 오유미 기자
  • 승인 2009.07.09 15:36
  • 호수 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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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걷기에 참 좋은 그 길

연두에서 청록까지 온갖 녹색의 향연

도시는 아침부터 늘어진다.  덧없이 찾아왔다 자취도 없이 떠나버린 그 짧은 초여름을 배웅하고 나니 어느새 7월이다. 아스팔트를 녹이는 뜨거운 도시의 바람을 피해 시원한 계곡산행을 하고자 장성 입암산으로 향했다.

입암산은 산행하기에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 산이며, 산행 초입에서부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도란도란 따라오는 물소리와 나뭇잎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만이 꿈결처럼 들려오는 여름 입암산 숲길은 싱그러움 그 자체다. 또한 산길따라 이어진 남창계곡은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있어 내장산 국립공원 내에서 가장 한적하고 깨끗한 계곡이라고 한다.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국도 1호선을 따라간다. 북이면 사거리를 지나 1번 국도를 따라 북하면 쪽으로 10여 분 달리면 남창계곡 입구에 도착한다. 

남창계곡 매표소에서 전남대수련원까지 4km에 이르는 호젓한 이 길은 숲길 못지않게 좋다.  가인봉과 장자봉 사이의 넓고 아득한 계곡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이 도로는 차량 통행이 드물고 산세의 흐름이 좋아 그냥 하염없이 걷기에 참 좋다. 길고 느린 호흡으로 그 길을 걷다보면 찔레꽃과 층층나무와 애기똥풀에 잠시 눈길을 빼앗겨도 좋을 것이다.

입암산 들머리 풍경은 가게가 몇 군데 있고, 군데군데 아름다운 펜션이 들어서 있다.

산으로 들어서자 계곡 옆으로 커다란 삼나무가 늘씬하게 하늘을 보고 있다. 계곡에는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산길은 넓다. 이 길은 장성새재로 옛날에 장을 보러가거나, 한양을 가기 위해 정읍으로 넘어갈 때 지름길로 이용하던 길이라고 한다. 등산로라기보다는 차라리 산책로에 가까운 이 숲길은 남창계곡 숲 중에서도 가장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할 수 있는 구간으로 여름 숲에서 볼 수 있는 연두에서 청록에 이르는 온갖 녹색들의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다.

새재 갈림길에서 입암산쪽으로 계곡을 따라 간다. 시원한 물소리, 계곡을 건너 다리를 만나고 이어진 길은 온갖 나무들의 전시장이다. 숲길은 안개를 담기도 하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을 들이기도 한다. 그림책으로만 보던 다람쥐도 만나고,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 나비도 만난다.

조금 오르니 숲속 체험로가 나온다. 햇빛이 잘 들치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길을 따라 경쟁하듯 하늘로 뻗어 올라간 층층나무, 합다리나무, 까치박달나무, 애기단풍 서어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나도밤나무 등의 큰 키나무들의 잎들 위로 여름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여름 햇살이 잘게 부서져 내리는 7월의 숲은 환상 그 자체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오르면 삼나무 숲이 나온다. 이곳에 조성된 삼나무 숲은 전남대학교에서 연구학습용으로 1961년부터 조성해 놓았다고 하니, 오래된 것은 50살이 되어간다. 이  삼나무 조림 숲은 천연스러운 자연림과는 달리 제복 입은 생도들이 열병식하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고 건강한 모습이다.

하늘까지 뻗어 올라간 미끈미끈한 삼나무 숲 그늘, 늦은 오후의 나른한 햇살과 서늘한 바람에 온전히 몸을 맡겨 본다. 숲이 주는 안온함 속에 어느새 몸은 한 그루 나무가 된다.  평일 오후라면 이 환상적 숲속 탐방길을 온전히 독차지 할 수 있다. 두어 시간 소요되는 이 숲속 길은 나무와 바람과 햇빛뿐이다.

물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커다란 성벽이 보인다. 입암산성 남문이다. 남문에는 따로 문이 없고 커다란 성벽사이로 시원한 물줄기를 흘러내리고 있다. 커다란 돌에 문기둥 자리였는지 홈이 남아있다. 허전한 성문을 느티나무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

입암산성(笠岩山城)은 삼국시대부터 축성된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 성둘레가 5,028m다. 고려 말(1256년, 고종43년) 송군비(宋君斐)장군이 이 성을 지키고 몽고군을 물리쳤다고 하며,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맞아 농성(籠城)한 윤진(尹軫)장군 등이 장렬히 전사한 곳이라고 한다. 나무에 걸린 하얀 작은 팻말에는 윤진, 이경국, 이안국 순절비라고 써 놓았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 위해 내려왔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풍부한 남창계곡은 청정지역으로, 찾는 이가 드물어 호젓하기만 하다  계곡물이 시원하다.  물에서 나오는 찬 기운은 머리까지 서늘하게 한다. 일찍 찾아온 한여름. 한적하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 여름도 즐기고 바쁜 마음도 내려놓는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소중한 삶을 나눌 수 있는 추억의 숲길 하나쯤 간직하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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