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가 보는 세상] 금메달의 눈물과 은메달의 환호
[풀뿌리가 보는 세상] 금메달의 눈물과 은메달의 환호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8.08.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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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민주화를 열망하는 광주 시민을 총칼로 짓누르고, 여고생의 가슴과 임산부의 배에서 흐르는 피로 금남로를 물들이고,  9월 1일 제11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전두환은 국민들의 불만과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국민을 마약에 취하듯 빠지게 할 무엇인가를 찾았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프로야구 창단, 컬러티브이 방영, 야간 통행금지 해제, 중`고생의 교복 및 두발 자유화, 86아시안 개임 유치와 88올림픽 유치 등 과감한 자율 정책을 내쏟았다. 통금해제로 본격적인 '밤 문화'가 생겨나 신흥 숙박업소와 심야극장이 전성기를 이뤘다. 첫 심야영화는 1982년 2월의 '애마부인'이었는데 개봉 첫날 몰려든 인파로 극장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 전두환의 이런 정책을 3S 정책이라 하는데 섹스(Sex),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 당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많은 포상금 등을 주었고, 프로야구 스타들은 어린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우상이 되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대통령 각하와 부모님 그리고 성원해 주신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빠때루 해설위원으로 유명한 레슬링 국가 대표팀 감독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 감사합니다”는 한마디를 안 했다가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났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고도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동안의 고생과 힘든 연습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눈물을 흘리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민호 선수에게 패해 은메달을 딴 호주의 파이셔 선수는 최민호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그의 손을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파이셔는 호주에서 유도의 영웅으로 부를만큼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으며 많은 팬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노력한 결과에 대해 감사하고, 승복할 줄 아는 파이셔의 모습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교훈을 얻었다.     
국제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여 메달을 딴 것은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도 예선에서 떨어졌거나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국민의 관심도 연금 등의 혜택도 없이 쓸쓸이 은퇴하고 만다. 방송과 언론이 영웅을 만들고, 영웅에 환호하는 동안 국민들은 독재자의 음흉하고, 잔인한 탄압을 망각하고 만다.
박태환 선수가 수영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 이명박 대통령과 수석 비서관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텔레비전과 신문에 보도되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은 청와대와 검찰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원이 한 통속이 되어 공영방송인 KBS의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시나리오가 진행 중에 있을 때였다.
공영방송은 국민을 위한 방송이며 공공의 이익과 공공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텐데 이명박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정권의 목적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박정희씨와 전두환씨의 뿌리에서 자란 한나라당다운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베이징 올림픽의 최대 수혜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라는 말이 설득력있게 나돈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인 김옥희씨의 국회의원 공천비리 의혹이 올림픽에 의해 가려졌고, 유한열 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국방부 납품 청탁 의혹도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분명 국민 모두가 축하하고 기뻐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면죄부를 받는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금메달이 아니라도 온 국민이 진정으로 박수치며 기뻐할 은메달이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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